콘크리트 반죽은 시멘트, 물, 자갈, 모래 등을 배합해 만듭니다. 빗물이 유입되면 콘크리트가 굳은 뒤 균열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철근과 제대로 부착되지 않아 붕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국토부가 올해 4∼11월 용역을 거쳐 이 같은 기준을 만든 겁니다.
사실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7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문제였습니다. 비가 내린 날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하자 구청에 민원이 쇄도한 겁니다. 시공사 측은 “비가 많이 올 땐 작업을 중단하고 천막을 쳤던 만큼 품질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구청으로부터 부분 공사 중지 명령까지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중 타설’과 관련된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시공 지침서에 책임 기술자 검토에 따른다고만 규정된 거죠.
‘시간당 3mm’ 기준을 두고 업계에선 꽤 엄격하다는 반응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3mm는 약한 비,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사 중단 기준이 시간당 5mm인 점을 감안하면 기준이 강화된 것입니다.
현재 강우량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문제겠죠. 공사 현장에서 강우량계 또는 지름 20cm 비커로 강우량을 측정해 시간당 3mm가 넘으면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건설 업계에선 3mm 기준 때문에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강우량이 3mm가 되지 않아 공사를 진행했는데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우중 타설을 했다”며 민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설 가이드라인을 지킨 현장에 민원이 제기됐을 때 정부와 구청들이 건설사 의견을 들어줄지, 강우량이 3mm 이내였다고 어떻게 소명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불필요한 민원으로 산업 현장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을지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건설업계는 항상 기준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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