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왼쪽)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이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과 함께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이 되는 지난 10월24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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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째 송건호언론상 수상자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선정됐다. 올해는 ‘자유언론실천선언’(1974)이 나온 지 꼭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자’로 비판받던 윤석열 대통령이 급기야 내란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해이기도 하다. 반세기 전 박정희 독재 정권의 ‘입틀막’ 폭압에 맞서 자유언론 운동을 주도했던 동아투위의 정신이 현 시국과 맞물려 재조명을 받게 됐다.
청암언론문화재단은 17일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가 23회 수상자로 동아투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동아투위는 1974년 10월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뒤 언론자유를 요구하다 해직된 편집국·방송국·출판국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들이 이듬해 3월 결성한 단체로서 지난 50년 동안 언론과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며 “5회 수상자(2006)인 동아투위에 다시 이 상을 드리는 것은 지난 세월에 대한 찬사인 동시에 현역 언론인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라고 심사위는 전했다.
심사위는 평생 권력의 폭압적인 통제에 맞서 저항했으며, ‘언론인이 먼저 책무와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주창했던 송건호 선생의 ‘지사적 정신’이 동아투위로 계승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보았다. 심사위는 “언론이 권력 감시라는 본령을 게을리할 때 민주공화정은 위기에 놓인다는 것을 ‘12·3 비상계엄 사태’는 여실히 보여준다”며 “언론은 권력 앞에 바람보다 먼저 드러눕는다는 조롱을 받는 이때, 송건호 선생의 뜻과 자세를 잇는 단체가 동아투위”라고 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 4일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며 국회 직원·보좌진 등과 대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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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자유언론실천선언에는 정권의 자유언론 억압에 맞서 ‘신문·방송·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간섭도 배제한다’, ‘기관원의 출입을 엄격히 거부한다’, ‘언론인의 불법연행을 일체 거부한다’ 등 3개의 결의 문구가 담겼다. 이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공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의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 할 수 있으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구절에 대응시켜도 손색 없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수상소감문에서 “지난 14일 저와 동아투위, 조선투위(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동지들과 언론계 후배들은 전현직 언론인 4164명이 서명한 언론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고 적었다. 해당 선언문에는 국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윤석열 정권 아래서 자행된 언론탄압·방송장악 행태를 바로잡고 편집권의 독립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란 정국’을 거치며 자유언론실천선언이 언론인 시국선언으로 계승된 모양새다.
이부영 위원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나 자유라는 것이 머릿속에 없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도 고난을 겪으며 언론자유를 지키려고 애쓴 언론인도 있지만, 윤석열을 찬양해온 신문·방송도 있다. 그들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상 의의에 대해서는 “윤석열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여명이 동터오는 이때 상을 받아 저희에게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따르는 후배들에게도 큰 격려가 됐다”고 했다.
지난 1987년 10월30일 한겨레신문 창간 발기인대회가 열린 서울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대강당에서 송건호 당시 창간위원장이 창간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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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2006년에 이어) 수상을 두번씩이나 하는 것이 분수에 넘치는 것 같아 사양하려 했지만, 청암 선생의 유지를 따라야겠다는 뜻에서 받기로 했다”며 “올해 나온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책자를 선생의 영전에 바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송건호 선생은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며 내부 투쟁에 나섰다가 무더기 해직(130명)을 당하던 시기 편집국장으로 뜻을 함께했고, 해직 사태를 앞두고 “부하 기자들 목을 치면서 자리를 지킬 수 없다”며 직을 던졌다.
이후 선생은 생활고와 전두환 신군부의 고문 등으로 고난을 겪으면서도 재야 운동가, 역사 저술가로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1988년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었을 때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1년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설립된 청암언론문화재단은 이듬해부터 송건호언론상을 만들어 시상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상금은 1천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오후 4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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