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대' 당론 유지도 비판…"국민들 '계엄 트라우마' 생각했어야"
권성동 "탄핵 직후 격앙됐던 분위기 누그러져…배려·화합 호소"
의원총회 참석한 권성동 원내대표 |
(서울=연합뉴스) 안채원 김치연 조다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좀처럼 자성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색출하려 하거나 거칠게 비난하는 등의 행태는 국민 눈높이에 더더욱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탄핵의 시발점이 된 '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17일 SBS 라디오에서 "(당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비난하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 7명 중 한명이다.
실제로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는 '한 명씩 일어나 탄핵 찬반을 밝히자'거나 탄핵에 찬성한 비례 의원을 '제명하자'는 주장이 나왔고, 한 친윤계 의원은 소속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 "이재명과 민주당 부역자들은 덜어내자"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2차 탄핵안 표결에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던 것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된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탄핵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반대 당론'을 정하지 말고 의원들 개인의 소신에 맡겼어야 했다"며 "우리 당이 여전히 영남 중심의 당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10% 남짓인데, 국민의힘은 10명 중 한 명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지지층도 절반은 떠나간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정치인이라면 자신들의 '탄핵 트라우마'보다 국민의 '계엄 트라우마'를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며 "탄핵 트라우마가 계엄 트라우마를 능가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에 찬성했던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가운데, 한 전 대표와 함께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숨을 죽이는 모습이다.
탄핵안 가결 후 열린 두 번의 의원총회에서도 탄핵 찬성파 의원들이 발언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반대파들의 원색적 비난이 찬성파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탄핵에 반대했던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들이 당 수습 전면에 나섰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추진 중이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에게 "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 그런 부분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탄핵당할 만큼) 중대한 위반행위냐 여부는 헌재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탄핵 가결 직후 감정이 격앙된 나머지 몇 의원이 감정을 표출했는데, 지금은 많이 누그러진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탄핵보다 분열이 더 무섭다고 강조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화합하자고 호소했고, 많은 의원이 그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뺄셈 정치와 내부 갈등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당 중앙을 폭파하겠다는 절절한 심정으로 당의 창조적 파괴와 전면적 대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탄핵 반대' 당론을 어긴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 반대'에서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유감이지만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옹호하면서 당내에서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홍 시장의 글을 두고 "살다 살다 이런 XX 같은 논리는 처음"이라며 "우리 당이 '정신병동' 소리 듣지 않고 다음 대선 때 이재명에게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몇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계엄은 잘못된 것이고, 윤 대통령은 절차에 따라 본인 행위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chae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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