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를 맞아 돌봄 일손 부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으로 인공지능(AI), 로봇 등 '에이지 테크'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를 확산시킬 국내 인프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17일 서울대 건강·돌봄 AI 연구센터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노인돌봄 기관 440곳 중 37%인 165곳만이 'AI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I를 활용한 경험이 없는 기관 275곳 중 37%인 102곳은 '와이파이 등 기반 인프라가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가장 많은 답변은 '어르신의 거부감'(56%)이었는데 두 번째가 인프라 부족이었다.
서울대 건강·돌봄 AI 연구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 결과를 18일 '한국 인공지능 돌봄의 현황과 발전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한다.
연구진이 돌봄기관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지역 간 인프라와 예산 편차에 대한 문제들이 수차례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 노인 거주지에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기기를 설치해놓더라도 전기세 우려로 꺼놓는 경우가 많아 담당자들은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홍수 서울대 건강·돌봄 AI 연구센터장은 "AI 돌봄 서비스를 활용하는 기관은 보다 규모가 있는 도시 지역에 위치했다"며 "서비스 도입 여부는 기관의 사업 우선순위, 와이파이·통신료 등의 제반 인프라 지원 등을 포함한 예산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한번이라도 AI를 활용해본 기관들은 그러지 않은 기관들보다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AI 기술이 '돌봄 제공을 개선한다'는 항목에 대해 미사용군은 5점 만점에 3.6점을 줬지만 사용군은 3.8점을 매겼다. '노인 건강 결과를 향상시킨다'는 설문에 대해서도 미사용군은 3.4점을 줬지만 사용군은 3.6점을 줬다.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향상시킨다'는 항목에서도 점수가 3.2점에서 3.5점으로 올라갔다.
AI 돌봄 서비스를 경험한 노인들은 '안부 확인' 측면에서 가장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반면 무료함과 심심함을 달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SK텔레콤의 돌봄케어콜 서비스인 'AI케어콜'을 제공받고 있는 노인층 10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사용자의 70%가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해당 서비스는 규칙 기반 AI 프로그램이 주 1~3회 노인과 통화해 안전과 안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전국 60개 이상 맞춤돌봄 수행기관이 독거노인의 고독감을 해소하고 생활지원사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도입했다.
80%가 넘는 노인들은 AI케어콜 서비스가 '안부 확인'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60% 이상의 노인들은 '위급·응급·위기 상황에 대한 정보' 전달에 유용하다고 답했다.
반면 절반이 넘는 노인들이 무료함·심심함을 달래주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노인 돌봄 인력은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40년까지 80~140% 이상 공급을 늘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봄 인력 공급 부족에 대한 솔루션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해 AI 및 기타 기술이 꼽힌다"며 "이는 돌봄 서비스의 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노인들의 입원과 노인 돌봄시설 입소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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