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조원 규모 통큰 투자…“미국내 일자리도 10만개 만들것”
트럼프 “2000억달러 투자 가능하겠냐” 질문에 “노력하겠다”
위기의 ‘비전펀드’, 소프트뱅크의 美투자 발판될지 미지수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 당선인 저택에서 열린 투자발표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일본의 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회장이 웃고 있다. 이날 손 회장은 “미국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2000억달러 해줄 수 있느냐” 즉석 질문을 했고 손 회장은 “노력하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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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 자리에서 바로 물어볼게요. 투자금액을 2000억달러(약 287조7000억원)로 늘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웃음)”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마러라고를 방문해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도 500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때는 투자금액을 두배로 올린 것이다.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와의 관계강화로 인공지능(AI)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과 손 회장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면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견에서 “소프트뱅크는 10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최소 10만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면서 “그(손 회장)는 대선 이후에 미국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4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이 역사적인 투자는 미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일”이라면서 “이것은 인공지능(AI), 신기술, 기타 미래기술이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손 회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내 신뢰 수준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엄청나게 높아졌다”면서 “나는 트럼프 당선인이 세계에 평화를 다시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오른쪽)이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500억 달러 투자계획서를 펼쳐보이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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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회견 도중 손 회장에게 “투자액을 2000억달러로 늘릴 수 있느냐”고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손 회장은 “나의 약속은 1000억달러였지만 트럼프는 더 투자를 해달라고 한다”면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크게 웃으며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가 2000억달러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하자, 손 회장은 웃으면서 “트럼프는 정말 위대한 협상가”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많은 다른 사람들도 엄청난 돈을 갖고 (미국에 투자하기 위해)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가장 먼저 달려간 기업인 중 한 명이다. 당시에도 손 회장은 미국에 500억달러라는 거액의 투자금을 내놓고, 트럼프에게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트럼프 역시 자신의 첫 대통령 임기 때 손 회장이 500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들은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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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 시기에 맞춰 손 회장이 움직인 이유는 최근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비전펀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오픈AI에 5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NYT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000억달러 중 상당액이 “AI 분야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격적인 거래’를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이 손 회장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손 회장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처럼 “대담한 거래를 통해 일본에서 자산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손 회장이 1000억달러를 어떻게 조달할지에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10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려면 추가로 투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9월말 기준 약 250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 배달 서비스 업체 ‘우버’ 등 연이은 투자 실패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자산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은 ‘비전펀드2’를 지원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만약 소프트뱅크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다면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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