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탄핵 정국, 사회적 비용 초래
의원내각제·대통령 중임제·국민발안제 등 제안
"여야 모두 대통령 권력 갖는 데만 혈안"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1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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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87년 체제의 한계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며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한 반면, 시민사회나 국민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기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7년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탄핵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사회가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검경개혁 소위원장)는 "탄핵 정국이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6공화국이 들어서고 40년 가까이 됐다. 오래된 체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운집한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며 춤을 추고 있다. 허영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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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상훈 정치학자는 개헌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실제 개헌하는 건 쉽지 않다"면서도 "개헌을 논의해 대통령제가 가진 문제점을 환기하고 사회적 의제가 형성된다면 그 자체로 기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방식을 두고는 인식 차를 보였다. 한 교수는 의원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활로를 넓히려면 의원내각제가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며 "바로 도입하기 어렵다면 대통령은 명목상 국가 원수로만 존재하고 내각 총리가 행정권을 행사하는 '이원집정부제'라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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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 정치학자는 의원내각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박 정치학자는 "헌법만 의원내각제로 고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정부조직법부터 시작해서 대통령령 등 관련된 모든 법을 손봐야 한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결합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임기 수정 및 대통령 중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 역시 "우리 사회는 대통령제를 오랜 기간 유지했다"며 "대통령 직선제가 단점만 있는 게 아니다. 일정 수의 유권자가 직접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등으로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 서명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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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을 두고는 이구동성으로 "당장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개헌은 우리 사회의 미래상에 관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시작하면 좋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가는 불행에 직면했고 국민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치적 셈법을 떠나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 정치권이 개헌 논의를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박 정치학자는 "현 정치권은 개헌 문제를 합리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며 "여야가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갖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 역시 "아직 정치권에서 개헌 관련 논의가 없는데 당연히 아쉽다"며 "폭넓고 다양한 영역에서 개헌을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우 의장은 올해 제헌절 경축 행사, 22대 국회 개원식 등에서 꾸준히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개헌특별위원회(개헌특위) 출범을 약속했다. 지난달 19일 의장 직속 '국민 미래 개헌 자문위원회'(자문위)를 출범하기도 했다. 박 정치학자는 "개헌은 우 의장 본인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라며 "자문위를 출범했기에 머지않은 시기에 개헌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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