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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전공의 이탈과 의대 교육 중단, 어떤 것이 더 큰 문제일까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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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조동찬] 탄핵 정국에 기자가 의대생에게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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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위한, 믿을 수 있는 의학 정보! '주간 조동찬'에서 전해드립니다.



누가 여의도이고 누가 광화문일까?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던 날 영국 공영방송 BBC는 '탄핵안이 통과된 순간, 시민들의 반응은?'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먼저 여의도 국회 주변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이 소개됐다. 이미 국제적으로 극찬을 받고 있었는데, '시끄럽지만 평화롭고, 무겁지 않지만 메시지가 분명하고, 그 어떤 폭력보다 강력한 비폭력을 보여주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축제로 승화시킨 예술 작품'이라는 평가를 왜 받고 있는지 리포터 뒤에 등장한 사람들을 통해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돌 야광봉에 대해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빛을 들고나온 것'이라는 젊은 청년의 답변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만큼 역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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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여의도 현장에 뒤이어 광화문 집회를 다른 기자를 통해 조명했다. 여의도보다는 훨씬 적지만 그 이전 광화문 집회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BBC는 수만 명이라고 가늠했다. 탄핵이 가결된 순간 한 여성의 표정이 클로즈업된다. '뭐야?'라고 하는 입 모양과 함께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어진 화면에서 털장갑을 낀 여성은 하늘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고, 곧이어 검은 모자를 쓴 중년 여성의 얼굴에서는 '체념'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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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 가결에 대해 평범한 어르신들의 좌절감과 분노에 어린 진심은 꽤나 의외였다.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계엄이 필요했다'는 그들의 주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도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전 세계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한 노력에 대한 모독'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모습 역시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씨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BBC 기자의 클로징 멘트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보도를 보며 10개월 가까이 대립하는 정부와 의료계가 떠올랐다. 정부와 의료계, 누가 여의도이고 누가 광화문일까? 여론으로 따져 보면 정부가 여의도로 보인다.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정책을 발표할 때보다 많이 낮아졌지만, 지난 10월 29일 기준 의료계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의대 증원은 58.4%, 전공의 복귀는 69.5%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의 관계로 따져보면 의료계가 여의도인 것은 분명하다. 비상계엄을 두고 대립하는 여의도-광화문보다 정부-의료계의 관계는 더 복잡하고 그래서 풀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의대 증원의 의료계 상대, 정부에서 의대 지원자로"



탄핵이 가결된 후,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의대 증원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 : 의대 증원과 관련된 정부의 추진력은 용산이었습니다. 용산이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 저희도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 잠깐만요. 지난번(6월 26일) 국회(청문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0명 의대 증원은 (대통령실이 결정한 게 아니라) 본인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잖아요?

정부 고위 관계자 : 그건 제가 말씀드릴 순 없고요. 의료계와 대적할 수 있는 정부가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함께 당분간 사라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의료계에서는 '각 대학 총장이 (올해 의대 지원자를) 안 뽑거나 덜 뽑으면 되는 거다'라고 하는데, 총장들도 법적 검토를 해봤다고 합니다. 안 된다는 거예요. 올해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협상 상대가 '정부에서 의대 지원자'로 바뀐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란 말까지 등장했으니, 정부의 입지가 정말 좁아진 것 아닙니까? 당장 전공의 복귀에 대한 대책도 어렵습니다. 내년부터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 1년 차 모집(정원 3,594명)에 8.7%(314명)만 지원했는데, 이것도 현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어요. 사직한 전공의 1년 차가 복귀한 게 아니라 그 자리에 다른 전공의가 지원한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기존 사직 전공의가 돌아올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죠. 이걸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내년 추가 모집 공고를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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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한 뒤 발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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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관계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의료계 관계자 : 유일한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만을 두고 말한다면, 전 의협 회장 탄핵 이후 꾸려진 비대위가 공식 지도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대위가 강경 노선을 선택하면서 여야의정협의체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들어간 의료계 인사들(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등)을 나오게끔 역할은 했다고 봐요. 이게 바람직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료계를 하나의 목소리로 조정한 건 맞으니까요. 하지만, 의료계 내부의 갈등 구조가 의미 있게 해결된 것 같지는 않아요. 지역, 대학 그리고 전공의 사이에서의 갈등은 여전히 노출되고 있습니다. 의료계를 하나로 아울러서 정부와의 협상 대표를 꾸리는 건 내년 새 의협 회장이 선출된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정부와 의료계를 취재해 보면 의정 갈등의 해결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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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의대생에게 말을 좀 해주면 안 될까요?"



지난 11월 대구에서 열렸던 한국의학교육 학회에서 한 의대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

"전공의가 수련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것과 의대 수업이 중단된 것 중 어느 게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전공의가 전문의가 되지 않는 것은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지만, 의대 수업의 중단은 의료 공급 자체가 멈추는 걸 의미합니다. 전공의 수련 기간은 3-4년이지만 의대 교육은 6년이고, 게다가 전공의가 수련할 수 있는 병원은 248곳이지만, 의대를 교육시키는 대학은 40개뿐입니다. 사직 전공의 9,198명 중 50.4%(4640명)는 일반의로 취업했는데, 전문의 수련이 멈춘 것이라 이것도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의료 현장에는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의대생 1만 9,000여 명 중 수업을 듣고 있는 건 500여 명뿐이라 의대 교육은 아예 중단된 겁니다."

의학전문기자로서 통찰력이 부족했음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 한 원로 교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어떡합니까? 의료계가 싸울 상대가 사실상 사라져 버린 것 아닙니까? 몇몇 공직자와 통화해 보니까 정부는 완전 멘붕 상태이던데요. 이러다가 내년 의대 교육도 올해처럼 망치게 생겼어요. 내년 1월부터 기존 학생 수업을 바로 돌려야 손실을 1년으로 막을 수 있는데요. 조 기자가 의대생들에게 말을 좀 해주면 안 될까요?"

전화를 끊은 후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현역 입대한 의대생은 이미 8월에 1,000명이 넘어갔고,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0.5%는 현역 복무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제 와 전공의와 의대생을 갈라치려 한다'는 비난도 예상됐다. 준비 부족으로 내년 의대 교육이 부실해질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수업 복귀를 촉구하는 건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는 의대생 복귀 명분을 그동안 주지 않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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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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