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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귀찮은 가격비교, 드디어 해방될까”…말만 하면 AI가 대신 물건 찾아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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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LG AI연구원장 인터뷰
차세대 인공지능 핵심 기술
대규모 상용모델 ‘LAM’ 개발
“내년 상용화 가능할 것”


매일경제

LG AI연구원이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원하는 상품 검색부터 구매·결제, 배송 요청까지 한 번에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대규모 행동 모델(LAM·Large Action Model)’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행동 모델은 언어 모델에 이어 인터넷 전반에 변혁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차세대 인공지능(AI)이다. 전 세계적으로 행동 모델을 발표한 기업은 앤스로픽 등 몇 곳에 불과하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지난 13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LAM으로 AI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AI가 사람을 대신해 원하는 동영상을 찾아 틀어주고, 가격을 비교해 대신 물건을 구매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 모델이 한국어나 영어와 같은 언어를 생성하는 AI라면, 행동 모델은 사람들의 패턴을 학습해 행동을 예측하고 모방해 실행에 옮기는 AI다.

배 원장은 “시장 반응을 살펴 엑사원 다음 버전에 반영할지 결정하겠다”며 “내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AI의 근간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구광모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일찌감치 AI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문을 연 이래 그동안 다양한 AI 버전을 내놓았다. AI 브랜드는 초대규모 컴퓨팅 성능을 상징하는 엑사(Exa)와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지향하는 원(One)을 합한 엑사원(EXAONE)이다.

2021년 300B(1B는 10억파라미터 크기)의 엑사원1.0, 2023년 175B 등 엑사원2.0이 대표적이다. 이후 시장 여건을 고려해 적은 추론 비용으로 누구나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인 오픈소스 모델로 배포 방식을 전환했다. 올해에는 엑사원3.0과 3.5를 연이어 내놓았다.

배 원장은 “올해 엑사원3.0인 7.8B 모델을 공개한 데 이어, 엑사원 3.5로 고사양 환경에서 고난도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32B,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7.8B, 스마트폰·태블릿PC에 내장할 수 있는 초경량 2.4B 등 3종을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엑사원3.5는 글로벌 소셜미디어인 ‘레딧’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경쟁력도 입증했다. 7.8B 모델의 장문 처리 능력은 66.6점으로 메타 라마3.2(8B)의 58.5점이나 알리바바 큐웬2.5(7B)의 56.1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 원장은 “엑사원이 다른 경쟁사 오픈소스 모델과 다른 점은 데이터의 신뢰성과 투명성”이라면서 “데이터를 구매하거나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하고 정제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8조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활용했다”며 “일반 데이터와 전문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심화 학습해 효율성과 고성능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방한 것은 그만큼 기술력에 자신이 있다는 메시지다.

LG AI연구원은 현재 엑사원 생태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사내 접목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협업이 금융 AI 스타트업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와 개발한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인 ‘LG 크래프트 AI-파워드 US 라지캡 코어’(LQAI)다. LG AI연구원에서 개발한 ‘자본시장 예측 및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모델’이 반영된 ETF로 현재 연 수익률 30%를 돌파했다. 또 LG는 사내에 AI를 접목하는 ‘히어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소재·바이오·제조 부문에서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에서 엑사원을 기반으로 만든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 익시젠(ixi-GEN)이 대표적이다. 익시젠은 인간처럼 질문의 뜻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답한다.

배 원장은 “계열사의 AI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생태계 확산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오픈소스로의 전환이 오히려 LG AI를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는 글로벌 모델들과 경쟁을 펼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소버린 AI’ 대신 ‘포용적 AI’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배 원장은 “독도가 누구 땅이냐고 묻는 말에, 챗봇 하나만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답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LG는 이런 이유로 보편적 AI 구축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널리 통용되는 AI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다. 배 원장은 향후 AI가 자율 판단을 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넘어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초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2028년이 되면 AI는 인간이 생성한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이후에는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하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배 원장은 “알파폴드처럼 단백질 구조를 파헤치고 예측하는 특화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LG AI연구원은 모든 분야에서 효과를 내는 AI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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