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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회식 예약 줄취소… 연말장사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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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속타는 자영업자들

용리단길 등 주요상권 주말 썰렁

입장 어렵던 인기식당 ‘대기 0팀’

“계엄령 선포 뒤 예약 50% 취소”

외식업 신용카드 매출 9% 감소

내년 경기 전망도 우울한 상황

“정부, 민생안정 대책 조속 마련을”

일요일인 15일 낮 12시30분 서울 용산구의 ‘용리단길’(국방부 후문 인근). 평소 주말이면 이곳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이날은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평소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으면 입장하기 어렵다는 고깃집의 안내판에는 ‘대기 0팀’이 적혀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식당 내부에는 테이블 8개 중 2개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맞은편 고깃집에선 직원들이 빈 테이블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일보

16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예약관리 시스템에 예약취소 내역이 표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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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리단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모(4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만큼 사람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혼란이 수습됐다고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죽을 맛”이라며 “계엄령 선포 이후 송년회 예약이 50% 취소됐는데, 아직 이를 회복할 만한 예약이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식당가의 사정은 용리단길과 다르지 않다. 통상 12월에는 각종 송년모임이 줄을 이으며 ‘연말 특수’로 여겨지지만, 자영업자들은 “특수가 이미 물 건너갔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여의도에서 10년 넘게 대형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는 그래도 장사가 잘된 편”이라며 “지금은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런 상황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세종 시내 식당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공무원 사회에선 송년회 등 떠들썩한 행사는 꺼리는 분위기다. 세종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매년 이맘때면 송년회나 승진 축하 모임 등 공무원들의 단체예약이 많았는데 올해는 예약이 뚝 끊겼다”며 “시국이 이래서 그런지 소규모로도 모임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때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텅빈 예약달력 16일 서울의 한 식당 벽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예약이 비어 있는 달력이 걸려 있다. 탄핵 정국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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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성환(34)씨는 “계엄 선포 직후 회사에서 송년회를 취소했었는데, 아직 다시 한다는 이야기가 없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나라가 어지러우니 연말 모임은 간단하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직장인 박모(36)씨도 “회사는 물론이고 지인들과의 송년 모임도 미뤄둔 상태”라며 “사태가 어지러우니 다들 웃고 술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우려 속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라 안팎의 정치와 경제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연말 분위기를 낼 상황이 아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골목 경제가 얼어붙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미 민간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2년 2분기(-0.2%)부터 지난 3분기(-1.9%)까지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에는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의 신용카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덕현 서울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박근혜정부 때는 전 국민이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면 이번 탄핵정국은 계엄이라는 폭탄선언과 함께 진행되다 보니까 충격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 101.9에서 11월 95.8로 급격히 하락한 바 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시장 반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2016년과 2004년의 두 차례 탄핵과는 다르다”며 “리스크가 점점 하방으로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내수 타격을 중국 경기나 반도체 경기의 호조가 메워줬지만, 지금은 우리 경제가 탄핵정국의 여파를 감당해낼 체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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