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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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의 ‘키 맨’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예비역 중장)이 계엄 발령 당시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예하에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수사 당국이 포착했다. 계엄 하에서는 통상 국군방첩사령부를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게 되는데, 이와 별도로 김 전 장관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직속 수사팀’을 정보사에 두려 한 정황이다. 일반적인 계엄사범이 아니라 부정선거 의혹 등 별도의 수사를 전담시키려 했을 가능성을 경찰은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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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정보사 수사팀' 별도 구성 지시"
16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경찰 등은 최근 김 전 장관이 계엄 당시 문상호 정보사령관(육사 50기·소장)에게 방첩사 합수본과는 별도 조직인 ‘정보사 수사팀’을 꾸리도록 지시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한 소식통은 “수사 당국이 정보사 수사팀의 명단도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15일 계엄령 시행에 가담한 혐의(내란죄 등)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육사 41기·예비역 소장)과 문 사령관을 긴급 체포했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군 정보 당국의 전·현직 수장을 동시에 긴급 체포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이날 노 전 사령관의 긴급 체포는 승인하되 문 사령관에 대해선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문 사령관은 현직 군인 신분이라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통상 계엄 상황에서 합동수사본부는 방첩사가 주도하도록 돼 있다. 실제 수사를 진행하는 기관도 군사경찰, 경찰, 국정원 정도가 꼽힌다.
그럼에도 김 전 장관이 정보사에 별도로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건 일반적인 계엄 포고령 위반 사범 외에 부정 선거 수사 등 별도 임무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게 수사 당국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계엄 선포 이전에 정보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정찰하는 등 선관위 서버 ‘접수’를 사전 준비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특히 경찰은 정보사가 계엄군으로 투입되는 전 과정에 전직 ‘정보맨’인 노 전 사령관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전역한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전후로 김 전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전에도 수시로 김 전 장관에게 다양한 정무적 조언을 하는 ‘비선’으로 역할했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령관과 대북 감청 부대인 777사령관 등을 역임하고 육군정보학교장 등을 지냈다. 정보사 조직의 특성을 궤뚫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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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포로 심문 담당' 軍정보사 동원 조언했나
앞서 계엄 당일 대북 공작 전문인 정보사 요원들이 선관위에 진입한 경위를 두고 의문이 증폭됐는데, 노 전 사령관이 숨은 고리였을 가능성도 그래서 제기된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오전부터 정보사 요원들을 출동 대기시켰고, 오후 9시쯤 선관위 인근으로 이동을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이 계엄 선포 직후 곧바로 선관위 전산실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원래 대북 첩보 수집 임무를 맡는 정보사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특전사령부와 달리 수도권 방어·대테러 임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군 당국은 통상 한·미 연합 연습 등을 계기로 매년 전시 계엄 상황의 시나리오를 연습하는데, 이 때도 정보사는 이른바 ‘계엄 사무’에는 관여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란 게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정보사 요원들은 유사시 외국군 또는 북한군의 포로 심문을 맡게 돼 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이 정보사만의 수사팀을 꾸린 건 장기적으로 ‘반국가세력’ 신병 확보와 심문 등에 이들을 활용하려는 구상 아니었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후 대국민 담화에서 “반국가세력”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선관위 서버를 확보해 부정선거 관련 정황을 찾아낸 뒤 관여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간주해 정보사 수사팀이 수사를 맡는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노 전 사령관은 체포 전 언론 인터뷰에서 “얼마나 다급했으면 선관위부터 제일 먼저 투입 지시를 했겠느냐”며 “계엄이 걸리면 선관위를 폭파하거나 서버를 들고 증거를 없애거나 이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거기(선관위)를 가서 지키고 있으라고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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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직보' 보안 유지 용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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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유지를 생명으로 하는 정보사의 특성 상 김 전 장관이 ‘기습 계엄’에 정보사를 동원하는 게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국방부 직할부대(국직부대)인 정보사는 군 내부에서도 “존재 자체가 기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요원들의 신원 정보나 수행 임무 등이 베일에 싸여있고, 외부 감사도 제한적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폐쇄성과 기밀성 탓에 정보사는 현장 지휘관들이 국방부 장관에게 ‘직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문 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정보사 요원 선관위 투입과 관련 “1차 상급 지휘관은 국방부 정보본부장”이라면서도 “(김용현)장관님한테 받은 임무와 관련해 보안 유지 차원에서 보고를 안 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정보사를 정치적으로 동원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향후 군 당국의 대북 첩보 수집 기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사령관의 지시로 계엄에 동원된 정보사 요원 중에는 해외 공작 담당·대북 침투 임무를 총괄하는 현장의 베테랑 요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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