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기 때 대북 담당자들에 불만
충성파 지명 긍정적 영향 관측 속
정통 관료 출신에 ‘불신’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특사로 외교관 출신 리처드 그리넬(사진)을 지명하면서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강경 충성파로 간주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심각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관료 사이의 불협화음을 의식한 인사라는 평가다. 정통 관료 출신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리넬 특사가 아직 어떤 임무를 맡을지는 불분명하지만, 대통령 특사인 만큼 북·미대화 재개 시 평양에 보낼 대통령의 메신저라는 윤곽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넬 특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평양, 판문점을 오갔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과 같이 대북협상대표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1기 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및 국무부 인사들 사이에 대북업무 관련 충돌과 이견이 상당했다.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트럼프 재선 실패 후 회고록을 내고 트럼프를 맹비난하며 2019년 북·미 협상을 결렬되게 이끈 것을 자신들의 성과로 내세웠을 정도다. 북한도 당시 정상 간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관료와 참모진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강경 충성파 기용이 ‘미국은 1기 때와 다를 것’이라는 신호라면 북한에선 환영할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폼페이오나 비건은 국무부 소속이었는데, 그리넬은 소속도 애매한 별동부대처럼 트럼프가 직속으로 두고 쓰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중심 외교, 트럼프가 개인기를 발휘하는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이고 그걸 제도적 장치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창의적 해법’, ‘대조선적대시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아니면 대화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호응할지 의문이다. 트럼프 1기 때의 비건 지명은 정통 관료 출신의 생각이나 미국 기존 대북정책을 벗어나 ‘딜 메이킹’(협상 타결)을 성공시킬 사업가 출신의 면모를 강조한 인사였는데, 그리넬 지명은 그 반대로 읽힐 수 있다. 북한은 최근 민주당 정부이건, 공화당 정부이건 근본적으로 미국의 북한 정책이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와 한 합의가 휴지조각이 됐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6일 “트럼프 행정부 1기때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와 톱다운 직거래를 하려고 하는데 폼페이오의 말을 들어보면 트럼프와 생각이 달랐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충성파라 다를 거로 볼 수 있지만, 또 외교관료 출신이란 점에서는 답답함이 있을 것”이라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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