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대 중진이 비대위원장?… 기득권 논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권 원내대표,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 최은석 당대표 비서실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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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정치 초짜'는 안 된다는 정서가 의원들 사이에 파다하다."
한동훈 대표 사퇴로 지도부가 붕괴된 16일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보수진영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위기를 수습해선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전후로 수차례 고조된 '윤석열-한동훈'의 갈등, 불법계엄이라는 극단의 조치 등 잇단 혼란의 원인이 이들의 미숙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비상계엄이란 조치를 내릴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한 친윤석열(친윤)계 중진의원도 "비상대책위원장이건 대선 후보건 더 이상 외부 인사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정치에 익숙하지 않아 져주고 넘어가야 할 때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다 보니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 측 인사들도 사석에서는 "아직 검사 물이 덜 빠졌다"며 당대표를 저격하는 발언을 내뱉곤 했다. 법적 잣대로 잘잘못을 가리는 습관이 남아 있다 보니 정치적 타협을 모른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그런 점이 한동훈의 매력일 수도 있겠지만, 정치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늘려나가는 과정"이라며 "잘잘못만 따지니 정치가 될 수가 있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호 당원'인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도 한 전 대표가 의원들에게 "탄핵 투표 제가 했느냐"고 반문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외부 인사 영입 고질병… 비대위원장 '5선 이상' 중진 유력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권영세, 윤한홍(왼쪽 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찬성 입장을 밝힌 진종오 의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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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인사 영입은 국민의힘의 고질병이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뼈를 깎는 당 내부 혁신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기보다는 신선하고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내세워 손쉽게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민심과 괴리되는 당 내부의 문제점을 외부 인사 수혈로 돌파하려 했으니 근본적인 쇄신이 가능했겠나"라고 자조했다.
이 때문에 탄핵 정국을 헤쳐나갈 새 비대위원장은 경륜이 풍부한 중진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당 중진의원들은 차기 비대위원장과 관련해 5선 이상 중진의원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의원총회에서도 내부 인사를 지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구체적인 이름은 거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힘엔 8명의 5선 이상 의원이 있는데, 서울 용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권영세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비대위원장·당대표 경험이 있는 주호영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다만 이들 대다수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친한동훈계 인사는 "계엄을 막은 한 전 대표를 몰아낸 뒤, 탄핵 반대만 외쳤던 중진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뭐라고 보겠나"라며 "외부 인사는 안 된다는 논리 역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향후 국민의힘 대권 경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여론조사에서 한 전 대표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당내 인사들의 약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원희룡 전 의원 등 자천타천 거론되는 여권 잠룡들은 대부분 20년 이상 보수 정치권에서 성장해 온 인사들이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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