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6 (월)

기업들 ‘탄핵 열차’ 탔나...S&P 등 ‘신용리스크’ 경고장[탄핵열차에 자금시장 흔들]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투데이

2024년 신용등급 하락기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조업체인 A사는 내년 투자할 여윳돈이 없다. 이 회사 재무담당 이용헌(가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이 걱정이다. 회사채를 갚더라도 자금 ‘자금 보릿고개’가 예상된다”며 “매출까지 둔화하면서 현금 유입이 사실상 멈춰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치 업계 역시 폭풍 속을 지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B사 임원 김승호(가명) 전무는 “금리인상 여파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물동량이 감소한 데다 운임마저 낮아지고 있다”며 “은행에 자금 사정을 얘기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기업들을 신용 강등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신용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기업들에 경고장을 날리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의 도미노 신용 강등 공포를 소환하고 있다.

신용 리스크가 확대된다면 기업들은 웃돈을 주고 돈을 빌리거나 자금줄이 막히는 ‘돈맥경화’를 걱정해야 한다. 기업 신용리스크의 불길이 유동성 위기로 번진다면 기업의 생존을 넘어 한국경제가 ‘시스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1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52개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건설, 석유화학, 철강, 배터리, 금융업(저축은행, 부동산 신탁사) 등이 많았다.

기업 신용등급은 자금 조달의 핵심 지표다.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에 부담이 커진다. 수개월 내에 신용등급이 실제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사들이는 기관투자가 역시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내려가 손실을 볼 수 있어서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S&P도 국내 기업들의 내년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S&P에 따르면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5.3%였으나 올해는 18.4%로 약 15%포인트 늘었다. ‘안정적’ 비중은 92.1%였으나 올해는 81.6%로 줄었다. S&P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두산밥캣 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용등급 ‘ BBB-’인 포스코와 SK이노베이션, SK지오센트릭도 ‘부정적’으로 평가 중이다.

시장이 ‘도미노 신용 강등’을 걱정하는 이유는 한국경제와 기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신용은 곧 신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지속적인 정치적 분열로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또는 재정이 약화할 경우 (신용)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가계와 기업의 신뢰가 약화하고 공공 재정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 신뢰 축소→국가 신용등급 하락→기업 신용 도미노 강등→투자위축 및 기업 줄 도산→한국경제 시스템 리스트’라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키로 하면서 회사채시장의 불안감은 일부 줄어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A 등급 이하의 회사들은 자금을 조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업종별로도 여전히 평균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도 우려스럽다. 한국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와 대중국 견제 정책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앤디 류 S&P 전무는 “2025년은 신용도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에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새로 출범할 미국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중국의 과잉 공급 등으로 철강·석유화학·2차전지 산업이 신용도 하락 압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전망도 우울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내년 국내 주요 기업 매출을 1457조 원으로 예상했다. 올해보다 1.9%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투데이/정회인 기자 (hihello@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