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탄핵으로 '이재명 범죄 정당화' 안돼" [종합]

당대표직 사퇴…"탄핵찬성 후회 없다"

"계엄해제 못했다면 거리서 유혈사태"

"불법계엄 옹호가 국민·보수정신 배신"

與, 비대위 전환…위원장 '당내 인사' 유력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후폭풍으로 취임 146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직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느냐"고 했다. 또 당 지지자들을 해선 "탄핵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그런 마음을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 3일 밤 당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계엄을 막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와 같은 극단주의자에 동조하거나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하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젊은 군인들 사이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아무리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계엄을 옹호한 것처럼 오해받는 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나라와 국민을, 보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탄핵에 찬성한 것에 후회가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그제 의원총회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어느 젊은 기자가 '당대표에서 쫒겨나는 이유가 된 이번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며 "잠깐 동안 많은 생각이 제 인생 많은 장면이 스쳐갔다. (탄핵에)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를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를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끝으로 한 대표는 '탄핵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폭주와 범죄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는 법무부장관 첫 출근, 비대위원장 취임,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에도 맸던 것으로, 훈민정음으로 적힌 '용비어천가'가 새겨져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회견문 발표에 앞서 기자들에게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한 대표는 5분 간의 회견을 마치고 취재진과 질의응답 없이 당대표회의실을 떠났다. 한 대표가 회견문을 읽어내려갈 당시엔 한동훈 체제 주요 당직자인 서범수 사무총장, 한지아·곽규택 수석대변인, 김종혁 최고위원과 함께 탄핵 반대 당론을 두고 한 대표와 충돌을 빚은 바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자리했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한 대표를 배웅해주러 왔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본청에서 당직자들과 인사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섰을 때는 권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 박정하 비서실장, 한 수석대변인 등이 있었다. 한 대표는 권 원내대표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했고, 이내 카메라를 응시하며 "당과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달라. 고맙다"고 인사한 뒤 차에 올랐다.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대표님 지켜드리겠다"고 하자, 한 대표는 차량 문을 열고 "여러분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이 한 대표 차량 곁에서 떠나지 않자 한 대표는 다시금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며 "추운 날 나와줘서 고맙다"고 한 후 국회를 나섰다.

겉보기에는 '자진 사퇴'였으나, 한 대표는 사실상 친윤(친윤석열)계를 위시한 기존 지도부에 의해 축출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동훈 지도부'는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 직후 붕괴 수순을 밟은 바 있다. 기존 탄핵 반대를 강력 주장한 친윤계 김재원·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에 더해, 친한계로 꼽히는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마저 탄핵에 찬성한 한 대표를 향해 비토를 놓으며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지도부는 자동 해산하고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한 대표가 자진 사퇴함에 따라 이번주 중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공식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헌승 전국위원회 의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4인 이상의 사퇴로 궐위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고 '전국위원회 의장이 비대위 설치를 위한 후속절차를 지체없이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의장으로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위한 절차를 지체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4선 이상 중진들은 한 대표 사퇴 이후 회의를 열고 '차기 비대위원장은 당내 인사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바 있다. 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의총을 열고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 등 윤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당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직 사퇴 기자회견 후 권성동 원내대표 등의 배웅을 받고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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