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추천 재판관은 다소 유보적 답변
"헌법재판관 임명 안 하면 위헌 소지도"
정계선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가 2018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피고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채 열린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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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탄핵 심판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선고해야 사회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후 기소되더라도, 내란죄 확정 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의힘 추천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탄핵 심판은 신속한 심리가 필요하나, 당사자들의 절차적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혀 대조를 이뤘다. 여야는 이날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 조율에 착수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판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수사와 탄핵 심판이 동시 진행되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 51조를 근거로 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근거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면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형사소송 판결 이후에나 판가름 날 수 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판단은 엇갈렸다. 이날 본보가 김한규 민주당 의원(헌법재판관 청문특위 간사)으로부터 확보한 답변서에 따르면,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은 병행할 수 있고 선고까지 빠르게 내려야 한다는 원칙론 답변을 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에서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헌재가 탄핵 심판 결정을 빨리 내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도 "탄핵소추를 당하면 피소추자의 권한행사가 즉시 정지되므로 3심제인 형사재판의 최종 결과까지 기다리면 그로 인한 법적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늘어질 경우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더 크다는 점을 이유로 신속한 심판에 무게를 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다소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헌재 결정이 불합리하게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헌법재판은 당사자들의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충실하게 심리할 것까지도 요구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관련 형사사건이 있을 경우 재판 결과를 기다릴지는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기소된 이후 탄핵 심판 중단을 요청하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조 후보자는 다만 '손준성 전례처럼 형사 재판 진행 시 탄핵심판이 멈춰지느냐'는 질문에는 "사안에 따라 형사절차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탄핵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헌법재판관 임명 안 하면 위헌 소지"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헌법에 따르면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선출안을 통과시킨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그대로 임명하는 게 맞다는 취지다.
특히 정 후보자는 '임명 거부가 위헌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재판관 3인의 실질적인 임명 권한은 국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의 자의적인 임명권 불행사로 인하여 재판관 공석이 생긴다면 국민의 주관적 권리보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의 객관적 성격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마 후보자와 조 후보자는 "가정적 상황의 위헌 여부에 대해 구체적 의견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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