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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외건설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삼고 수주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올해 한국 건설사들은 예년 대비 나아진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목표 도달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정세 변화와 정국 혼란으로 인한 환율 급증, 공사비 인상 등이 발목을 잡아서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 건설사는 해외 시장에서 525건의 사업을 수주했고 수주액은 총 326억9353만 달러(한화 약 46조6700억 원)로 전년 동기(277억3739만 달러) 대비 17.9% 상승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총수주액(333억 달러)을 곧 넘길 전망이다.
이는 최근 5년 치(1년 기준) 평균인 약 248억3000만 달러보다도 31.7%가량 높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연간 300억 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역별로는 중동(166억8522만 달러)이 과반수(51%)를 기록했다. 이어 △아시아 54억5312만 달러(16.7%) △유럽 50억2014만 달러(15.4%) △북미·태평양 436만388만 달러(13.3%) 순이다.
올해는 한국의 해외건설 시장 진출 60년이 되는 해로, 정부는 연초 ‘원팀 코리아’를 강조하며 해외 수주 목표치를 400억 달러로 설정했다. 그러나 최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로 수주 불확실성이 커지며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13일 외환시장 달러·원 환율은 전일(1431.9원)보다 1.1원 오른 1433.0원에 마감했다. 금융권에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등장했던 1450원대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공사는 각 건설사의 경력이나 기술 외에도 금리, 환율, 국내 정세 등 다양한 요인이 수주에 영향을 준다”며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현 사태가 언제 정상화될지 몰라 내부적으로도 불안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60번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중동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중동 사태 확전에 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중동 강경책을 예고한 바 있다.
노승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 건설사의 중동시장 의존도가 확대됐다”며 트럼프 재집권으로 중동 긴장도가 높아지면 중동 국가 신규 발주 감소, 프로젝트 지연 등이 현실화되며 직·간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11월 한국 건설사의 중동 지역 누적 수주액은 166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83억 달러) 대비 2배가량 늘었다.
계약이 수포가 되거나 계약금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 지난달 삼성E&A는 2020년 알제리에서 수주한 1조9000억 원 규모의 ‘하시 메사우드 정유 플랜트 공사’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발주처와의 계약조건 변경 협의가 결렬됐다는 것이 이유다.
같은 달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와 계약한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4 프로젝트’ 계약금액이 기존 3조2759억 원에서 3조777억 원으로 2000억 원 감액됐다고 공시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주처 요청에 따른 역무 조정으로 계약 금액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건설사의 주요 진출 무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에 저탄소 미래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사우디 정부는 2022년 말부터 적자 재정을 이어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적자는 총 210억 달러다. 사업비 또한 2017년 사업 출범 시 5000억 달러에서 올 상반기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수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와 인도네시아 신수도 개발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발주가 예상돼서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해외건설 시장에 대한 국가별, 공종별, 발주유형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유망 시장진출을 위한 전략적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며 “동시에 사업 참여자 역량 강화를 위한 생태계 마련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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