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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초기은하·블랙홀·외계행성…발사 3년만 우주론 흔든 제임스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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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우주망원경, 초기우주서 예상보다 많은 밝은 은하 발견…"우주론 수정 필요"

천문학계 활용 경쟁 치열…설계수명 5년 넘겨 20년 활약 전망

한국도 연구·관측 참여…"한국형 우주망원경 보고서 내년 발표"

연합뉴스

빅뱅 후 2억9천만년 시점의 은하로 확인된 'JADES-GS-z14-0'
[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인류가 개발한 우주망원경 중 가장 크고 강력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발사 3년 만에 엄청난 관측 성과들을 쏟아내며 천문학계의 기존 우주론을 뒤엎고 있다.

우주론을 뒤집은 우주 초기 은하부터 이론을 넘어선 블랙홀, 기존에 찾을 수 없던 외계행성까지 속속 발견냈으며, 앞으로 십수년간 더 지구의 가장 '밝은 눈'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웹 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우주망원경이다. 2022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발사돼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지점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초기 우주 관측과 은하 형성·진화, 별의 생애, 외계행성 관측 등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적외선 감도가 높아 초기 우주 관측에서 독보적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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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솜브레로 모양 은하
[NASA, ESA, CSA, STSc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웹 우주망원경을 운영하는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TScl) 손상모 수석연구원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주망원경의 가장 큰 목표인 초기 우주 은하들에 대한 연구는 인력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자료가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빅뱅 이후 2억9천만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은하를 포착,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전 은하의 기록을 깬 사례다.

137억년 전 별빛이 담긴 이 은하는 기존 우주론이 예측한 우주 초기 은하보다 훨씬 밝아 관측이 가능했으며, 우주 진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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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망원경 '첫빛' 이미지·분광 자료 공개
(서울=연합뉴스) 미국 우주항공국(NASA·나사)이 11일(현지시간) 차세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하 웹 망원경)이 찍은 수십억년 전 우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웹 망원경이 포착한 은하단 'SMACS 0723'. 2022.7.12 [NASA, ESA, CSA, and STSc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계속되는 관련 성과에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도 이례적으로 2022년에 이어 올해도 '10대 올해의 혁신'으로 웹 망원경을 꼽으며 "가동 몇 달 만에 우주 초기 은하 후보를 예상보다 1천배 많이 관찰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결과들은 초기 우주에 크고 밝은 은하들이 기존 우주론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더 많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주론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손 수석연구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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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목성
(EPA=연합뉴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목성 사진. 3개의 필터를 사용하고 디지털 합성으로 컬러 처리된 이 사진에서 목성 표면은 전반적으로 청록색과 밝은 보라색, 연분홍색, 크림색 가로줄 무늬로 나타나고 있으며 오른쪽 아래 대적반은 흰색, 남극과 북극은 청록색 위로 오렌지색 오로라가 빛나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NASA 제공. 판매금지] 2022.8.23 alo95@yna.co.kr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외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데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 연구소(MPIA) 엘리자베스 매튜스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웹 우주망원경으로 12광년 떨어진 별 주위에 있는 차가운 가스행성을 처음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스형 외계행성은 질량이 목성 6배에 온도는 섭씨 2도 정도로 낮아 지금까지는 관측이 어려웠지만 웹 우주망원경은 고성능 중적외선 관측 장치인 MIRI를 통해 포착했다.

손 수석연구원은 "(웹 망원경이) 외계행성계의 대기 성분을 높은 정밀도로 알아낼 수 있다는 증거가 속속 발표되면서 태양계 내 행성들과 비슷한 대기 성분을 가진 외계행성을 찾는 작업이 활발하다"며 "관측되는 외계행성이 늘면서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 발견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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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천왕성
[NASA, ESA, CSA, STSc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하기 위한 천문학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주망원연구소에 따르면 웹 우주망원경 관측 시간을 천문학계에 배정하기 위해 지난 10월까지 진행한 4주기 모집에서는 2천377개 프로젝트가 제안돼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주 초기 은하 관측 연구가 19%로 가장 많았고 외계행성 대기 관측과 별 및 항성계 관측이 16%로 뒤를 이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 초기 만들어진 가장 어린 은하와 최초의 별들에 대한 후속 연구들이 계속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외계행성 분야에서도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더욱 자세히 분석해 지구와 같은 생명현상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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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우주 왜소은하에서 빠르게 물질을 흡수하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미국 과학재단 국립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 연구팀은 항공우주국(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 찬드라 X-선 망원경 데이터를 사용해 빅뱅(Big Bang) 후 15억년이 지난 초기 우주에서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이론적 한계 속도보다 40배 이상 빠르게 물질을 빨아들이는 초대질량 블랙홀(SMBH)을 발견했다. [NOIRLab/NSF/AURA/J. da Silva/M. Zaman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연구자들도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이석영 연세대 교수팀은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초기 우주에서 이론적 한계보다 40배 이상 빠르게 물질을 흡수하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연구자 최초로 웹 우주망원경 이용 시간을 직접 배정받아 활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우주망원연구소에 따르면 이정은 서울대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둔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0월 5일과 올해 5월 9일 두 차례에 걸쳐 총 11시간가량을 배정받아 별 탄생 영역인 뱀자리 아기별 'EC53'을 관측했다.

웹 망원경은 당초 설계수명이 5년이었지만, 현재는 20년 이상 '현역'으로 활동할 계획으로 더 오랜 기간 우주의 비밀을 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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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본 두 개의 얽힌 은하로 구성된 '펭귄과 알'
[NASA, ESA, CSA, STSc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손 수석연구원은 "3년간 운영팀이 여러 방안을 통해 관측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며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수명 20년이 목표로 별다른 돌발 상황이 없다면 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계에서는 웹 우주망원경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도 우주망원경을 구축하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천문학계는 한국형 우주망원경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개발 관련 아이디어를 모은 보고서를 내년 초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는 발사체, 우주망원경 자세제어, 관측기기, 통신 및 데이터센터 등 엄청난 기술력과 인프라가 동원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산업 분야에 최첨단 기술력과 노하우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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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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