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우주망원경, 초기우주서 예상보다 많은 밝은 은하 발견…"우주론 수정 필요"
천문학계 활용 경쟁 치열…설계수명 5년 넘겨 20년 활약 전망
한국도 연구·관측 참여…"한국형 우주망원경 보고서 내년 발표"
빅뱅 후 2억9천만년 시점의 은하로 확인된 'JADES-GS-z14-0' |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인류가 개발한 우주망원경 중 가장 크고 강력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발사 3년 만에 엄청난 관측 성과들을 쏟아내며 천문학계의 기존 우주론을 뒤엎고 있다.
우주론을 뒤집은 우주 초기 은하부터 이론을 넘어선 블랙홀, 기존에 찾을 수 없던 외계행성까지 속속 발견냈으며, 앞으로 십수년간 더 지구의 가장 '밝은 눈'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웹 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우주망원경이다. 2022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발사돼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지점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초기 우주 관측과 은하 형성·진화, 별의 생애, 외계행성 관측 등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적외선 감도가 높아 초기 우주 관측에서 독보적 성과를 내고 있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솜브레로 모양 은하 |
웹 우주망원경을 운영하는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TScl) 손상모 수석연구원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주망원경의 가장 큰 목표인 초기 우주 은하들에 대한 연구는 인력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자료가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빅뱅 이후 2억9천만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은하를 포착,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전 은하의 기록을 깬 사례다.
137억년 전 별빛이 담긴 이 은하는 기존 우주론이 예측한 우주 초기 은하보다 훨씬 밝아 관측이 가능했으며, 우주 진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평가받았다.
웹 망원경 '첫빛' 이미지·분광 자료 공개 |
이런 결과들은 초기 우주에 크고 밝은 은하들이 기존 우주론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더 많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주론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손 수석연구원은 설명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목성 |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외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데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가스형 외계행성은 질량이 목성 6배에 온도는 섭씨 2도 정도로 낮아 지금까지는 관측이 어려웠지만 웹 우주망원경은 고성능 중적외선 관측 장치인 MIRI를 통해 포착했다.
손 수석연구원은 "(웹 망원경이) 외계행성계의 대기 성분을 높은 정밀도로 알아낼 수 있다는 증거가 속속 발표되면서 태양계 내 행성들과 비슷한 대기 성분을 가진 외계행성을 찾는 작업이 활발하다"며 "관측되는 외계행성이 늘면서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 발견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천왕성 |
우주망원연구소에 따르면 웹 우주망원경 관측 시간을 천문학계에 배정하기 위해 지난 10월까지 진행한 4주기 모집에서는 2천377개 프로젝트가 제안돼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주 초기 은하 관측 연구가 19%로 가장 많았고 외계행성 대기 관측과 별 및 항성계 관측이 16%로 뒤를 이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 초기 만들어진 가장 어린 은하와 최초의 별들에 대한 후속 연구들이 계속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외계행성 분야에서도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더욱 자세히 분석해 지구와 같은 생명현상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우주 왜소은하에서 빠르게 물질을 흡수하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
국내 연구자들도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이석영 연세대 교수팀은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초기 우주에서 이론적 한계보다 40배 이상 빠르게 물질을 흡수하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연구자 최초로 웹 우주망원경 이용 시간을 직접 배정받아 활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우주망원연구소에 따르면 이정은 서울대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둔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0월 5일과 올해 5월 9일 두 차례에 걸쳐 총 11시간가량을 배정받아 별 탄생 영역인 뱀자리 아기별 'EC53'을 관측했다.
웹 망원경은 당초 설계수명이 5년이었지만, 현재는 20년 이상 '현역'으로 활동할 계획으로 더 오랜 기간 우주의 비밀을 풀 전망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본 두 개의 얽힌 은하로 구성된 '펭귄과 알' |
손 수석연구원은 "3년간 운영팀이 여러 방안을 통해 관측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며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수명 20년이 목표로 별다른 돌발 상황이 없다면 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계에서는 웹 우주망원경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도 우주망원경을 구축하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천문학계는 한국형 우주망원경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개발 관련 아이디어를 모은 보고서를 내년 초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는 발사체, 우주망원경 자세제어, 관측기기, 통신 및 데이터센터 등 엄청난 기술력과 인프라가 동원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산업 분야에 최첨단 기술력과 노하우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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