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방위비 분담금·북핵 등 현안 쌓였는데
尹 탄핵에 국정 마비·정상 외교 올스톱
대미 외교·통상 현안 대응 차질 불가피
WP "韓 권력 공백으로 대미 입지 약화"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등에 따르면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하고 철통같은(ironclad)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죽은 권력'인 한 권한대행을 카운터파트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7년 초 출범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겠다"며 "다음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에서 통과된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조기 대선이 실시되고 한국의 리더십이 교체돼 그 전에 트럼프 2기가 현 정부 관계자를 대화 상대로 마주할지도 불투명하다.
한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즉시 시행할 것으로 보이는 고율 관세 부과 압박을 비롯해 반도체지원법(CSA)·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북핵 이슈 등 한국이 대미 외교·통상 현안에 발 빠르고 정교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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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최근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닌,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며 "모두가 마러라고(트럼프 당선인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해 "헌재의 탄핵 심리 기간에 한국은 마비 상태로 트럼프 2기 출범 시점과 맞물려 리더십 공백이 발생한다"며 "서울의 권력 공백으로 워싱턴에 대한 서울의 입지가 약화하는 동시에, 외교·무역정책 조정과 관련해 신속히 대응하는 한국의 능력 역시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미 직접 대화에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 '패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를 북한 등을 담당하는 특별임무대사로 지명했다. 그리넬 지명자는 적성국과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과 견해를 같이하는 인물로, 이런 그를 북한 등 특임대사로 지명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핵 대응, 중국 견제를 위해 견고히 구축해 온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지난해 8월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3명 모두 현재 후선으로 밀려난 상태다. 미 현지에서는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되고 만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권을 잡을 경우 한국의 외교 노선이 급변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진다.
미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윤 대통령이 2022년에 취임한 후 서울은 도쿄와의 외교를 복원하고 바이든 행정부와 더 깊은 관계를 구축했으며 전례 없는 한·미·일 군사 협력을 달성했다"면서 만약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북한과의 교류, 미국으로부터 더욱 독자적인 행보, (미국에 기울어진 외교에서) 중국과의 균형, 일본에 대한 강경 노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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