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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사람에 충성 않는다”던 ‘강골기질’이 ‘독선’으로…尹이 간과한 한가지는 [용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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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충성 않는다”로 스타검사에 오른 尹

朴국정농단 수사에 자신 임명한 文향해 檢날

0.73%p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 통합행보 없이

반대하면 ‘적’으로…김건희 여사는 ‘감싸기’로

‘협치’ 없이 ‘대치’만…민의의 전당 국회에 총부리

尹, 949일만에 대통령 직무정지·피의자 신분

헤럴드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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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공정과 상식’을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운 ‘강골검사’는 정치 경험 없이 곧바로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됐고,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대권에 직행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강골 기질은 독이 됐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강골기질은 독단적 국정운영으로 이어졌고, 정치 경험이 전무한 ‘최고 정치인’은 갈등의 조정 능력 없이 거대 야당과 강경 대치로 일관했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게 된 역대 세 번째 대통령이자, 사상 현직 대통령으로서 ‘내란 수괴’(우두머리)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특검 수사팀장…문재인 정부 검찰총장까지
헤럴드경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7년 3월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에 윤석열 당시 특검 수사팀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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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통 검사의 길을 걷던 ‘윤석열 검사’는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 검찰 특별수사팀의 팀장을 맡으며 가시밭길을 걸었다. 당시 대통령 취임 3개월 차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절이었고, 정부여당의 반발은 거셌다. 상부의 허가없이 전결로 영장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직무배제됐다.

‘윤석열 검사’는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직을 사랑하는가, 사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말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공정’을 상징하는 어록으로 회자됐다. 그러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조직에 충성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한직을 전전했던 ‘윤석열 검사’는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특검이 출범하면서 재기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오랜 인연이 있던 ‘윤석열 검사’에게 특검 수사팀장을 맡겼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라는 성과는 ‘성역 없는 수사’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열흘 만에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적으로 임명하며 ‘윤석열 검사’는 서초동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6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전 조국혁신당 대표) 관련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정면충돌했고,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및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서 보수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0.73%p차로 승리한 대통령, 통합 행보 없이 일방통행
헤럴드경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3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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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본인을 요직에 등용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등졌다. 그는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면서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반문’(反文)의 구심점으로 떠올랐고, ‘윤석열 전 검사’는 같은 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에 입문한 지 8개월 만인 2022년 3월 대선에서 대권에 올랐다.

48.56%(윤석열 후보) 대 47.83%(이재명 후보). 0.73%p 차이의 박빙의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통합’이었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를 받은 강골 기질은 대통령이 된 후 독이 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된 청와대 용산 이전부터 올해 의대 정원 증원 문제까지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지지율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거친 국정 운영은 보수층의 일부 지지자 결집에 몰두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종북 주사파’, ‘적대적 반국가세력’이라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5개월 후인 2022년 10월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라며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10총선에서 참패해 냉혹한 국민적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기조를 강행했다. 범야권 192석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은 자신의 국정운영 방향을 방해하는 ‘반국가세력’으로 인지했다. 아끼는 검사 후배인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에 대해서는 ‘정권 황태자로 만들어 준 자신에 대한 배신’으로 여기며 여당과도 불협화음을 감추지 않았다.

‘최고 정치인’인 대통령이 ‘갈등 해결’의 과정인 정치를 하지 않고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권리만 강조했다. 임기 대부분 20%대의 지지율에 갇혔던 대통령이 국회와 정치적 해법을 찾지 않은 결과, 25건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이승만 정부 이후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국회를 입법부 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은 태도는 22대 국회 개원식 및 시정연설 불참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부각됐던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는 모든 국정 운영 과정에서 발목이 잡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부터 시작된 김 여사 리스크는 대통령실 이전 문제, 명품백 수수 의혹, 명태균 게이트로 불거진 공천 개입 문제까지 위기를 겪었다. 김 여사는 대선 과정에서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런 부인을 “박절하지 못했다”며 감싸기 급급했다.

선출된 권력이 민주주의에 총부리 겨누고 시스템도 부정
헤럴드경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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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 계엄군은 민의의 전장인 국회에 총을 들고 진입했으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침투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체포하려 명단을 만들었다. 155분 만에 국회의 요구로 계엄은 멈추었으나 윤 대통령은 당당했다. 제대로 된 사과도, 반성도 없었다.

지난 12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에 대해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멈추도록 경고”하기 위해서였다고 변명에 급급했고,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합법성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탄핵만은 안 된다’는 여당의 방어논리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국민의 선택이며, 마찬가지로 ‘여소야대’ 정치 구도는 대통령의 권한을 야당이 견제를 해야 한다는 국민적 선택의 결과다.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尹대통령 12일 담화)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스스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거대 야당의 협조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이 뽑은 국회에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력으로 풀어내야 했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민심에 불붙인 이유다.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 선출된 권력인 국회에 총을 겨눈 결과 14일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을 불과 8년 전에 경험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지지층과 함께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과 싸우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부정 선거론’을 시사했다. 선관위는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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