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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단체장들의 출구전략 "민생안정"...민생 붙드는 지방자치 이미 작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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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년 불구 '중앙에 물려...'
정당정치 한계 감안해도 '거리' 필요
"역대급 혼란에도 민생은 동요 없어
지방자치 덕분, 더 강화방안 찾아야"
한국일보

국민의힘 소속 시도 단체장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회의를 마치고 '탄핵 반대'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14일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의힘 내부의 분란을 반영하듯, 이들의 '입장'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나왔다. 중앙 정치의 격정에도 불구하고 민생은 비교적 평온하게 유지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지방자치가 나름 자리를 잡은 덕분이라며, 이번 사태를 지방분권을 가속화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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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되자 전국 17개 시도 단체장이 일제히 ‘공백 없는 행정’을 다짐하고 나섰다. 행정안전부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전환에 따라 시도 부단체장 긴급회의를 열고 ‘민생 안전 최우선’을 당부했다. 중앙 정치 무대의 혼란에도 민생은 비교적 평온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지방자치의 장점이 확인됐다”는 평가와 함께 “이번 사태를 지방자치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1년 지방의회 선거를 치르면서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우리나라는 1995년엔 전국 동시 단체장 선거까지 실시해 ‘민선 지방자치 30년’을 앞두고 있다.

탄핵 가결 이튿날인 15일 각 단체장이 내놓은 입장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 5명의 목소리는 “국민의 승리”로 압축된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강인한 회복력을 전 세계에 보여줬고, 위대한 국민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오영훈 제주지사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은 달랐다.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사실에 즉각적인 유감 표시와 함께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어떤 단체장은 사죄하면서 민생 안정을 약속했다. 또 어떤 단체장들은 이날 오후에서야 입장을 내는 등 긴 시간 침묵을 지키기도 했다. 탄핵 찬반을 놓고 사분오열한 국민의힘 내부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화를 낸 단체장으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탄핵소추안 가결은 유감"이라며 "야당의 폭압적인 의회 운영에서 비롯된 비상계엄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당 지도부는 총사퇴하라"고 밝혔다.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제명도 주장한 그는 또 "이번 탄핵은 우리 당 두 용병이 탄핵당한 것이지 한국의 보수세력이 탄핵당한 건 아니다"라며 "좌절하지 말고 힘내자"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가결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힌 이철우 경북지사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극단적인 대결의 정치와 국정의 위기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이냐”며 “국회는 곧바로 개헌특위를 출범시켜 87년 체제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고 집단지성으로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제7공화국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사도 거야에 맞서 단합하지 못하고 분열한 책임을 물어 한동훈 체제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계엄선포 후 탄핵에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선회했던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영환 충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는 고개를 숙였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밝힌 오 시장은 “항상 모든 판단 기준은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이라며 “정부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유 시장도 탄핵 가결 직후 긴급 간부 회의를 열고, “군·소방·경찰과의 통합방위 태세를 점검하고 민생 치안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김태흠 지사도 “도민들의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도정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며 공직자들에게 흔들림 없는 업무 처리를 당부했다. 김영환 지사도 이날 “도지사로서 앞으로의 국정과 도정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가 안위와 민생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치에 대한 단체장들의 입장 표명은 소속 공무원과 지역 주민에게 향후 행정 방향성 등 메시지를 준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도 대통령과 같은 당의 정치인으로서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의 언행은 지방의 행정이 중앙정치에 물려서 돌아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측면에서 지방행정이 중앙정치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단체장들의 중앙당 공천 폐지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당론에 이름을 올린 뒤 국회 투표를 지켜본 단체장들도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자 간략한 입장문을 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담화문을 통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법재판소 심리 동안 혼란도 예상되나 이러한 혼란도 갈등과 분열의 역사를 뒤로하고 단합된 세상으로 나아가는 진통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장우 대전시장은 "국가적 어려움이 지역의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헌법과 법치의 원칙에 따라 차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니 시민 여러분도 우려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이제 국민의 뜻을 받들어 하루빨리 헌정질서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며 “도지사로서 흔들림 없이 도민을 위해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 외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두겸 울산시장,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날 오전까지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았다. 오후가 돼서야 박 시장과 김 지사가 ‘민생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메시지는 냈고, 김 시장 측은 “당론과 같고, 별도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단체장들이 대통령이 내려보낸 관선자치단체장이었다면 지방정부도 멈추다시피 했을 것”이라고 밝힌 김수연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년 동안의 지방자치 덕분에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과 같은 격동에도 민생엔 큰 흔들림이 없다”며 “이번 사태가 중앙정부의 행정, 재정 권한이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돼 균형발전과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대구=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춘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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