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14/뉴스1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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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탄핵안에 투표했습니까. 제가 계엄했습니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가 이같이 말하자 친윤(친윤석열)계, 비한(비한동훈)계 의원들이 “당장 여기서 나가라”, “이 자리에 있을 자격조차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대표가 탄핵 가결에 대한 책임론을 묻는 의원들에게 “내가 투표했냐”며 맞서자 다수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직후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를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줄사퇴하면서 사실상 당 지도부가 붕괴됐다.
의총 직후 “대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던 한 대표는 15일에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침묵을 지켰다. 이날 오후 한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알려졌으나 당에서는 “금일 당 대표 기자회견을 계획한 사실이 없다”는 공지를 냈다. 직후 한 대표는 공식적으로 16일 오전 10시 반 거취 표명을 예고했다.
친윤·비한계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배신자, 이기주의자” 등 비난을 이어가면서 여당이 사분오열로 치닫고 있다. 당장 분당 가능성은 낮지만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자중지란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 다섯 명이 사퇴했고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대표가 깊이 숙고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도 사의
한 대표는 전날 의총장에서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돼야 했다. 탄핵은 예견된 일 아닌가”라며 “질문 받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이 한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며 의총 참여를 요청했고, 이에 한 대표가 의총장을 찾아 이같은 발언으로 포문을 연 것.
친윤·비한계 의원들은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했는데 무슨 말이냐. 한 대표만 협조했으면 탄핵은 안 됐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이걸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고, 의원들은 “왜 못 지키냐. 우리가 단결하면 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의원들이 “대표가 왜 반대 당론을 어기고 혼자서 찬성한다고 떠들었냐”고 했고, 한 대표는 “저는 당 대표로서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의원들은 “그게 무슨 당 대표 의견이냐. 당신 개인 의견이지”라며 반박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이 트리거가 돼 다수 의원들이 격분했다. 중립지대인 권영진 의원은 한 대표가 있는 연단 앞으로 뛰쳐 나가 삿대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의원들은 한 대표를 향해 “여기서 당장 나가라”고 했고 결국 한 대표는 입장 10분만에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물통을 집어던지고 울고불고 하는 의원도 있었다”며 “우리끼리 ‘정신 상태가 이상한 것 아니냐’는 말도 오갔다”고 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의원들의 반발 이유에 대해 “한 대표가 반대 당론을 모은 의원들을 개무시하고 구렁텅이로 몰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 발언의 뉘앙스는 ‘당 대표로서의 의견을 얘기한 거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었다’는 정도였다”며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분풀이를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한 대표가 퇴장한 뒤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이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한때 한 대표의 최측근이었다. 또 친윤계 인요한 김민전 최고위원도 줄사퇴했다. 당 지도부 총 사퇴 거수 투표에서도 당시 참석자 83명 중 73명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친윤·비한 공개적으로 “배신자” 비난
국민의힘 친윤·비한 의원들은 15일 공개적으로 “배신자, 쥐새끼” 등 한 대표를 겨냥한 거친 비난을 이어갔다. 친윤 이상휘 의원은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그런 이기주의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권 의원도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라고 말했다. 친윤계 재선 의원은 의원 단체 대화방에 “자해정치를 하는 민주당 부역자들은 덜어내자”며 “108명이란 숫자도 의미 없어졌다. 90명이라도 똘똘 뭉쳐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않고 침묵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구질구질한 게 한동훈 스타일이 아니다”며 “사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당 지도 체제 정비를 논의한다. 친윤계에선 한 대표가 버틸 경우 강제로라도 정리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진드기 짓을 하면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거친 표현을 노골적으로 썼다.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은 당대표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당헌당규 해석은 이 시점에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당 대표의 거취를 보고 규정 해석을 해도 늦지 않다”고 답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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