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안 단독 처리한 野 내친김에 추경까지 일사천리 추진
李대표 "지역화폐 예산 등 확충"
尹정부 '건전재정' 기조 훼손될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과 관련, 국정안전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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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거부권이라는 벽에 막혀 좌초됐던 야당 주도 법안들이 다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면서 쟁점 법안 강행→거부권→재의안 부결→재발의가 25차례나 반복된 바 있다. 이같은 순환의 고리가 끊고 민주당이 법안과 예산에 있어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韓대행 탄핵소추 '잠시 멈춤'..재의요구 방지용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거부권 행사는 여야 간의 정책적, 정치적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한쪽이 거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앞으로 쟁점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본래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6개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법안은 예산안 자동부의를 폐지하는 국회법개정안, 동행명령장 발부를 국정감사·조사에서 청문회 등으로 확대하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를 거치면서 탄핵 정국으로 들어선 이후에도 여당은 거부권 행사를 재차 요구했다. 지난 12일 여당 원내사령탑으로 새로 선출된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법들은 11월 28일 거대 야당의 폭거로 일방 처리됐고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거부권을 공식 요청했으며 이 요청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직무정기 기간중에 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 공무원임면권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공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로 넘어온 것이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정치적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총리로서 책임이 있는 데다 내란 혐의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고, 야당으로부터 탄핵 소추 압박을 받는 입장에서 법적 논란이 있는 국회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행하기에는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 국정 혼선 방지를 위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일단 밟지 않기로 한 가운데 자칫 거부권 행사 조짐이 일면 민주당이 탄핵 소추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날 이 대표의 '일단 탄핵카드 접어두기' 메시지는 한 권한대행을 겨냥, 추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韓 대행의 선택은?..추경도 건전재정 기조 훼손 지적
그렇다고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답해 여지를 뒀다.
윤 대통령의 그동안 강조해온 '건전재정' 기조에도 어느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만료일인 지난 10일 사상 초유의 야당 감액 수정안을 단독 통과시킨 것과 관련, 지역화폐 예산 등 민주당이 추진하려던 민생예산을 추경을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 대표는 "내수부족과 정부의 재정역할 축소에 따른 소비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추경을 한다면 정부가 심각하게 줄이거나 없앤 지역화폐 예산이나 AI(인공지능)예산, 전력 확보를 위한 기반 시설 투자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 편성 권한은 기획재정부에 있지만 윤 대통령 탄핵으로 정부의 힘이 빠지면서 감액안을 단독 처리한 원내다수당 민주당의 추경편성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감액 수정안이 통과된 직후 "정부는 내년도 예산 집행이 시작되는 즉시 추경 편성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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