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5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발트해 화약고 돌변…나토·러시아 '그림자 전쟁' 연일 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저 케이블 절단 빈발…러시아, 독일 감시 헬기 공격

러 사주 의심 방화·교통방해 등에 나토, 적극 대응 천명

연합뉴스

발트해 긴장 고조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가 서방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그림자 전쟁'을 벌이고, 이를 막으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충돌하면서 발트해가 새로운 '화약고'가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림자 전쟁이란 직접적인 전쟁 대신 중요시설 공격, 사이버 공격, 허위정보 유포, 선거 간섭 등을 통해 상대국의 불안과 분열을 부추기는 것으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독일 호위함 F223은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최첨단 해군 자산 중 하나인 호위함 머큐리와 머큐리가 호위 중인 유조선을 발견했다.

앞서 발트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F223은 이들 선박의 뒤를 쫓다가 강력한 감시 장비를 보유한 헬기도 출동시켰다.

하지만 러시아 호위함이 플레어(미사일 회피용 섬광탄)를 쏘며 대응함에 따라 헬기는 결국 물러나야 했다.

이 사건은 발트해에서 러시아와 나토 사이에 격화되고 있는 대치 상황의 한 예로 WSJ은 발트해 냉전 이래 핵심 화약고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9일에도 발트해에서는 중국 소유의 벌크선이 핀란드와 리투아니아, 독일과 스웨덴을 각각 연결하는 데이터 케이블을 절단했다는 혐의로 붙잡히기도 했다.

조사관들은 이 배가 러시아 정보부의 유도로 닻을 내리고 끌어 케이블을 끊었다고 보고 있다.

서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군함은 나토 군함에 경고 사격을 가했고, 러시아의 강력한 전파 교란 시스템은 유럽의 항공교통을 방해했고, 러시아 전투기는 발트해 상공에서 연합군 정찰기에 연료를 버리는 위험한 행동을 감행했다.

군사적 신호를 넘어 사보타주(파괴 공작)도 횡횡했다.

발트해 해저에 깔린 데이터 케이블과 가스 파이프라인은 러시아 정보부와의 연계가 의심되는 상업용 선박에 의해 공격받았다.

국제특송기업 DHL을 이용해 상업 항공기에 방화 장치를 운반한 사건이나 런던의 우크라이나 소유 부지 방화 공격, 폴란드 쇼핑몰 화재 등도 러시아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서방은 보고 있다.

브루노 칼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은 지난달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 위협이 너무 커지고 있다면서 피해국 중 하나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 발동을 고려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나토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이를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집단안보 체제를 조직 운영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발트해 해저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설립하고 러시아 공작의 증거를 수집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지금까지는 긴장을 완화하는 쪽으로 대응했지만 앞으로 독일과 다른 나토 동맹국의 해군이 발트해에서 존재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가 적극 대응을 천명한 이상 발트해에서의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발트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가한 경제 제재를 피해 발트해를 통해 석유와 무기 등 주요 물자를 운송하고 있다.

또 발트해에는 1년 내내 얼지 않는 부동항 해군기지가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도 부동항 해군기지를 두고 있지만, 시리아 정권이 붕괴된 상황에서 기지를 잃게 된다면 발트해 의존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나토 회원국은 러시아 공작에 의한 민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나섰다고 WSJ은 전했다.

핀란드는 주요 인프라 기업이 백업 케이블과 비상 계획을 구축하도록 돕고 독일은 해운사 등 일부 기업들에 하이브리드 전쟁과 관련해 자세한 브리핑을 제공하고 있다.

withwit@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