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여성 목사 안수 통과 50주년 기념식
김은경 전 기장 총회장 인터뷰
김은경 전 총회장은 “여성 목사 안수를 도입한 교단에서도 임신을 하면 전도사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 현실적으로 교역자로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여성 목사, 전도사 등 여성 교역자들은 영혼을 갈아 넣으면서 사역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경 목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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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 여성 목사 안수 통과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장로교는 국내 기독교의 약 60%를 차지하는 가장 큰 교단으로, 기장은 1974년 장로교 계열 교단 중 최초로 여성 목사 안수를 도입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나도록 교계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은 여전한 상태. 2021년 한국 장로교단 중 처음으로 여성 총회장을 지낸 김은경 전 기장 총회장(전북 익산중앙교회 목사)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가장 개혁적이어야 할 교회가 여전히 여성 목사를 불허하는 곳이 있는 등 오히려 일반 사회보다 변화가 느린 부분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총회장은 “국내 대형 교단 중에는 지금도 여성 목사를 불허하고 있고, 심지어 목사가 되고 싶은 여성은 다른 교단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라며 “우리 회사는 여성을 안 뽑으니 취업하고 싶은 여성은 다른 회사에 가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린도전서 14장 34, 35절)라는 사도 바울의 편지 등 성경 구절을 이유로 드는 것도 굉장히 궁색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과 글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간 길을 따라가겠다고 약속한 사람인데 그 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이냐는 것이다.
김은경 목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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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총회장은 “지금은 여성 목사 안수 제도를 도입한 교단이 꽤 늘었지만, 제도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여성이 목사, 전도사로 활동하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주요 교단 중 여성 목사가 가장 많은 기장도 여성은 현재 전체 목사의 15.4%(499명)에 불과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출산·육아도 어려움 중 하나.
그는 “전도사의 경우 보통 계약직으로 일하는데 임신하면 교회에서 보통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라며 “출산 유급 휴가제도 거의 없다 보니 여성 교역자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총회장 재임 중 출산 유급 휴가제 도입을 권고하고, 임신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목사 청빙(請聘)의 차별 조건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교회마다 재정 등 처한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전 총회장은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10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 정말 많은 고민과 갈등이 생긴다”라며 “지금 여성 목사 등 교역자로 활동하는 여성들은 정말 열정과 영혼을 갈아 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경 목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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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이야기들이 교회 안이 아니라 주로 밖에서만 이뤄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회 홈페이지 등에 목사 청빙(請聘)을 공고할 때 목사 사모의 건강진단서, 신앙고백서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목사 평가와는 무관한 차별적인 행위인데, 여성 교역자들이 문제를 지적한 뒤부터는 공개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공개로 청빙할 때는 아직도 그런 문화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김 전 총회장은 “성차별 등 교회가 가진 문제점을 교회 안에서 신도들과 함께 이야기해야 교회가 달라질 텐데 그런 자리를 펴주는 곳은 솔직히 많지 않다”라며 “예수님과 성경, 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본질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우리 스스로 자문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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