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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계엄 사태 이후 비상 대응 태세를 강화했던 국내 대기업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상황을 주시하며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탄핵 정국과 함께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신중하게 경영 환경을 살피는 모습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거시경제 움직임과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핵안 가결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였던 만큼,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처럼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의 긴박한 움직임은 없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비상 회의 등의 소집은 없지만, 경영진이 수시로 회의하는 만큼 (탄핵 정국 관련)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탄핵 정국이 연말에 내년 경영 계획을 짜는 시기와 맞물린 만큼 기업들은 더욱 면밀하게 상황을 살피며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LG그룹도 지난 12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협의회를 열어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년 경영 계획을 세우는 시기인데 시국이 불안정하다 보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부 변수가 크기 때문에 투자를 과감히 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등 다소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 핵심 인프라를 책임지는 에너지 공기업들도 계엄 탄핵 정국 속에서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등 긴장 속에서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전 사원에 공무 기강 확립 강조 공문을 내려보내 비상 연락 체계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 안정적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불안이 커져 자칫 지역 단위의 소규모 정전만 발생해도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속 대응 체계 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어수선한 시국에 연말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LS의 경우 정식 지침은 아니지만 명노현 부회장이 팀장들에게 회식 등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어도 최근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하다 보니 아무래도 회식은 덜 하는 것 같다”며 “회식하더라도 차분하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요동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크거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등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은 환율 변동이 매출과 이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에 타격을 받는 철강업계가 대표적이다.
철강업계는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국 불안이 환율 상승 등 추가 경영 환경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긴장 속에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 중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는 태스크포스 팀을 하나 만들어 대응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으로 어느 방향이든 조속히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환율이 가장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며 “어제 탄핵소추 가결로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드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환율과 항공 여객 수요 변동 등이 재무와 영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고환율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고 24시간 오퍼레이션 체제로 안전 운항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계엄 사태가 촉발한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는 해외 고객과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과 거래하는 많은 외국 기업은 한국 거래처나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탄핵 정국 관련 최근 한국 상황을 문의하고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활동이 거시경제 영향을 직접 받다 보니 불확실성에 대응해 챙겨야 하는 것이 많다”며 “고객과 투자자들이 해외에도 많아서 이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상황을 잘 설명하고 더욱 긴밀히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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