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정상 소통 요원
리더십 '불안' 한일 관계도 난망
조태열 "국제사회 신뢰 확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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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최악의 국면은 피했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의 ‘리더십 부재’는 상당 기간 이어질 수 밖에 없어 미국 트럼프 2기 대응과 한일 ‘셔틀외교’, 중국과의 관계 회복 등 산적한 현안을 풀어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제사회와의 협력 관계를 재점검하고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조기에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치의 외교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한 각오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변함없는 한미동맹에 뜻을 모았는데 조 장관은 이 통화로 정상 공백 우려를 “불식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외교 당국을 중심으로 사태 수습에 애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미동맹에 금이 간 부분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을 발동하는 과정 전후 한국은 미국에 자세한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필립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끌고)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이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비판했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방한을 보류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4~5일 예정)도 개최 하루 전날 무기한 연기됐다.
가장 중요한 순간 미국을 ‘패싱’한 만큼 앞으로 한미관계에서도 미국이 한국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여지를 남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에 한국의 국익을 반영하는 데도 난항이 예상된다. 당선 초기 윤석열 대통령이 빠르게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계엄 국면에서 트럼프측과 소통은 열흘 가까이 지장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상 외교’를 통해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의사결정에 익숙하다. 각국 정상이 트럼프와 접견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고 한국 역시 ‘계기’에 고심을 거듭했지만 대행체제로 접어들며 요원해진 모습이다.
일본과는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권한대행 체제로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졌고 공직사회가 최소한의 기능 유지로 움직이는 여건에서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만만치 않다. 일본 역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입지가 탄탄하지 못해 한 권한대행과의 투톱 체제로는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여건이다. 윤 대통령이 한일외교 복원을 위해 먼저 채운 ‘반잔의 물컵’도 호응을 이끌지 못하면서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 사태처럼 양국 관계 정상화에 과거사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한일관계의 변화보다는 안정과 관리가 중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당국 간 소통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정 부분 정체는 불가피하지만, 양국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관계는 서서히 회복 중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중국 간첩과 중국산 태양광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이 발끈하는 외교적 갈등을 초래했다. 윤 대통령 탄핵과 이후 외교라인 소통으로 수습되는 국면이지만 이 역시 한국이 중국에 빚을 진 것과 다름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관계 첨병이 될 김대기 주중대사 내정자는 탄핵 여파로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경력이 무색해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김 내정자의 부임 시기를 놓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계기가 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내년 11월이어서 그 전까지 만회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밀착에 대응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의 지원 수준을 결정하는 것도 난제로 꼽힌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은 “정상 간의 소통은 아무래도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모든 계층 간 소통 창구를 동원해 한국의 기본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 점에 대해 소통하고 합의 사항을 잘 이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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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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