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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비상계엄 그날 밤' 해병대 9여단도 '준비태세'…제주도 1시47분 '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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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지적에 뒷북 점검 나선 행정…서귀포시는 공식 사과

현지홍 의원 "계엄에 준하는 비상사태 대응 매뉴얼 시급"

뉴스1

지난 4일 0시40분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앞에서 한 시민이 확성기를 들고 맞은편에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청사를 향해 비상계엄령에 따른 조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2024.12.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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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이 TV 생중계로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던 중 비상계엄을 기습 선포했다. 오후 11시에는 계엄사령관 명의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도 발표됐다.

15일 현지홍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등에 따르면 도가 정부로부터 첫 지시를 받은 건 17분 뒤다.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동되는 행정안전부 당직총사령실은 이때 도 당직사령실에 전화해 청사 출입문을 폐쇄하고 출입자를 통제할 것을 지시했다.

지역 계엄사령부가 되는 해병대 9여단은 오후 11시 30분쯤 건물에 불을 밝히고 차량에 시동을 걸며 준비태세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간 도 안전건강실은 '초기대응반'을 소집했다. 비상계엄 대응 매뉴얼이 없어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을지훈련 절차 따라 첫 조치를 한 것이다. 회의에는 안전건강실장과 특별자치행정국장, 대변인, 총무과장, 비서실장, 안전정책과장, 비상민방위팀장 등 8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구두로 전반 상황만 파악했다. 긴급재난문자 발송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보류했다.

도가 정부로부터 받은 첫 공문은 소방청발이었다. 소방청은 4일 0시 29분 도 소방안전본부에 재난대응 긴급구조 출동태세를 강화하도록 하는 '비상계엄령 선포 관련 소방청장 긴급지시사항 알림'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도 소방안전본부는 이를 도 본청에 보고하지 않고 사태를 지켜봤다.

0시 53분 오영훈 지사는 반헌법적·반민주적 계엄은 즉시 해제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고, 8분 뒤인 1시1분에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그러나 제주시 총무과는 엉뚱하게 1시 39분쯤 전 부서에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공직기강 확립 및 근무 철저'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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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4일 오전 1시47분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제주특별자치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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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공식적인 회의를 연 건 비상계엄 선포 3시간 19분 뒤인 1시 47분쯤이다. 오 지사는 도 주요 실국본부장, 해병대 9여단 참모장, 제주경찰청 상황실장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도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소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영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해병대 9여단과 제주경찰청에는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말 것을 재차 당부했다.

오전 2시 20분부터 30분 사이 도 총무과와 제주시 총무과는 내부 메신저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 직원들에게 청사 출입자 통제 조치가 해제됐음을 공지했다.

반면 서귀포시는 이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0시 17분쯤 도 당직사령실로부터 전화로 출입자 통제 조치 지시를 받았음에도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시 간부 공무원들은 물론 도 간부 공무원들은 8일이 지난 지난 12일까지 이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오전 4시쯤에는 때마침 도 행정망인 '올래행정시스템'이 재부팅 과정에서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관리하는 전국 17개 시·도 행정망 중 제주 행정망만 마비된 것이다. 이 사실은 오전 7시쯤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파악됐고, 복구는 당일 오전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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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홍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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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도와 시의 움직임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간에 걸쳐 조금씩 확인됐다. 임시회 운영에 돌입한 도의회가 본격적인 점검에 나서면서 행정기관들도 그제야 관련 조치사항들을 하나씩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서귀포시의 한 간부 공무원은 당시 내부 소통마저 하지 않고 있었다는 의원들의 질책에 "통감한다. 처음 있는 일이라 (대응이) 미숙했던 것 같다"며 "사후에라도 지도도 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책임자인 제가 부족했다. 죄송스럽다"고 거듭 사과했다.

도의 한 간부 공무원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불명확한 상황이었다"며 "초기대응반 먼저 소집하기는 했지만 자체적으로 어떤 사항을 결정하거나 판단하기에는 관련 지침 역시 불명확했고, 또 포고령은 행안부가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대응이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현 의원은 "초기대응반에서 (여러 사안을) 심사숙고했다고는 하지만 행안부의 지시를 즉각 거부한 경기도처럼 책임과 권한이 있는 고위 공직자들이 임시라도 긴급한 조치를 즉각 취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특히 이후 당시 상황에 대한 아무런 평가도 없었다는 것은 더욱 큰 아쉬움"이라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도는 계엄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 와중에 행정망이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도는 중앙부처에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적극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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