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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만 1시간 기다려" 200만명 몰린 집회…사고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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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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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재표결이 통과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집회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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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 모였지만 집회는 질서있게 마무리됐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의사당대로에서 '범국민촛불대행진'을 개최했다. 국회 정문 앞 삼거리부터 여의도역까지 도로 약 1㎞가 탄핵 찬성 인파로 가득 찼다. 오후 5시 기준 주최 측 추산 200만명, 경찰 추산 20만명이 거리에 쏟아졌다.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진 뒤 국회 앞에서 만난 이모씨(60)는 "민주적인 집회 문화의 모범을 우리가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이번 일로 우리 시민의식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 진행 중 큰 사건·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과거 의경으로 복무했다는 최모씨(30)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어떻게 싸우는 사람도 없고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없는지 신기하고 멋지다"고 했다.


구름 인파에 '화장실 1시간 대기' '지하철 무정차'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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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3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화장실 앞에 시민들이 줄 선 모습. /사진=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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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1시간을 기다려 화장실에 들어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한 건물 화장실에서는 여성 50여명과 남성 30여명이 줄을 섰다. 이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까지 기다린 시간은 1시간이라고 했다.

국회 앞 한 건물 밖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20m 길이의 줄이 생겼다. 추운 날씨에도 이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손을 비비며 한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구름 인파로 집회 시작이 임박한 오후 2시45분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9호선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했다. 오후 3시쯤을 기점으로 5호선 여의도역도 한때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했다가 오후 3시10분 정상 운행됐다.

시민들은 각자 준비해온 돗자리, 단열재 등을 엉덩이 밑에 깔고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산' 등을 외쳤다. '윤석열 탄핵'이라고 적힌 파란 풍선을 든 시민들도 곳곳에 있었다. 주변에는 교통 관리에 나서는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쉴 틈 없이 울렸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도 발길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서울시의회본관 앞에 마련된 이동식 화장실 앞에는 100여명의 시민이 줄지어 있었다. 한 시민은 "한 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시민들 '기쁜 귀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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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6시30분쯤 국회의사당역 4번출구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직접 걸어서 내려가는 시민들. 경찰과 9호선 관계자가 인원 통제하며 천천히 내려가도록 관리하면서 질서가 유지됐다. /사진=김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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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이후인 14일 오후 6시쯤 시민들은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방심하기 이르다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귀갓길에 올랐다. 충남 서산시에서 온 최모씨(45)는 "시민들이 힘을 발휘해야 탄핵 인용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우선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이라고 말했다.

경기 가평군에 사는 주부 백모씨(44)도 "국민들이 탄핵을 원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헌법재판소가 잘 결정해주면 좋겠다"며 "며칠 내내 뉴스만 틀어놓고 지냈는데 이제 조금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겠다"고 했다.

집회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뒷처리에도 힘썼다. 같은 날 오후 6시쯤 한 20대 여성은 일반쓰레기 봉투를 들고 맨손으로 인도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그가 "그냥 하는 것"이라며 쓰레기를 치우자 지나가던 시민들도 동참했다. 또 다른 여성도 챙겨온 비닐장갑을 낀 채 길에 떨어진 피켓을 수거했다.

기쁨을 즐기기 위해 호프집에 자리를 잡은 시민들도 있었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와 집회에 참여한 이모씨(55)는 "전직 공무원이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며 살아왔는데 오늘은 이 축제에 꼭 함께하고 싶었다"며 "기쁜 마음에 치킨에 맥주 한잔하면서 파티하려고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여의도 집회 참여자들은 귀갓길에도 질서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6시20분쯤 국회의사당역 4번출구의 하행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시민들은 약 30m의 대기 줄을 섰다. 시민들은 대기 중에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침착하게 대기했다. 경찰과 서울지하철 9호선 관계자, 촛불집회 주최 측이 무전을 주고받으며 인원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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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6시쯤 윤설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1시간쯤 뒤인 오후 6시 쓰레기를 정리하는 시민들. /사진=김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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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시민들 가결 순간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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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5시쯤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발표하는 순간, 광화문 일대 시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봤다. /사진=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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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살리기운동본부(대국본)도 14일 낮 12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통령 불법 탄핵 저지를 위한 '12·14 광화문 혁명 국민 대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 기준 100만명(경찰 추산 3만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체감 온도가 영하 1.5℃를 웃도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태극기를 흔들거나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발표하는 순간, 광화문 일대는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시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휴대폰으로 관련 뉴스를 다시 검색했다. 몇몇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아쉬운 표정으로 지하철역에 향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안전 관리를 위해 서울 여의도에 기동대 64개 부대, 경력 4500여명을 배치했다. 광화문에는 13개, 용산에는 10개 부대를 배치했다.

국회는 같은 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진행해 찬성 204표로 가결했다. 총 300명이 참여했고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를 기록했다. 탄핵안 가결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최소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1시간15분 만인 오후 6시15분 탄핵소추안 정본을 접수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오는 16일 재판관 회의를 열기로 했다. 헌재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 기각 또는 각하를 결정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 심판은 최장 180일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소요됐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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