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봉균 기자 |
이랬던 공정위가 올 들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원, e커머스 업계까지 구독 서비스 과정에서 소비자 계약 해지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구독 서비스 기업이 해지 신청 이후 남은 기간 요금을 즉시 돌려주지 않아 소비자의 계약 해지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4년 전에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을 때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월간 구독료를 일할로 나눠서 환불해 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앞서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은 OTT 등 구독 서비스 업계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반발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쿠팡, 네이버, 컬리 등 e커머스 업체의 멤버십 구독 서비스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며 압박하고 있다.
이용자가 구독 해지를 신청하면 즉각 서비스를 중단하고 남은 기간 이용료를 돌려주라는 식이다. 환불 없이 서비스를 유지하다 구독 만료일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방식이 구독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같은 공정위의 변덕에 e커머스 업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선례에 맞춰 구독 또는 멤버십 서비스 이용 여부에 따라 계약 해지시 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구독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제재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공정위의 월간 구독료를 일할로 나눠서 환불해줘야 한다는 판단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다.
공정위 주장대로라면 월 8000원 구독료를 지불하는 쿠팡 와우 멤버십에서 한 이용자가 구독 첫 날 로켓배송 서비스 10건 등 적어도 수 만원이 넘는 가치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다음날 멤버십을 해지해도 이를 일할 계산해 7000원이 넘는 구독료를 돌려주라는 얘기가 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역시 구독 첫 날 네이버쇼핑을 통해 100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하고 멤버십 포인트 2만원을 적립받고선, 다음날 해지하면 구독료 5000원보다 4배 많은 포인트를 챙기고 구독료도 돌려받게 된다.
게다가 안정적인 구독 서비스 유지가 어렵게 되면 각 기업이 구독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e커머스 기업들이 구독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하며 혜택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게 된다. 적은 구독료로 소비자들이 누리고 있는 '혜자' 혜택이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규제당국이 말을 바꾸는 것은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큰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소비자 혜택까지 줄어든다면, 과연 이런 조치를 누가 원할 것인가. 공정위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 기업에 대한 제재 절차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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