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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대통령은 정말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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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2.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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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시스템의 문제를 들었다. 해킹을 통한 선거 조작 위험이 있다는 설명인데, 일부 극우 유튜버 등이 주장해 왔던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고 있다는걸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부정 선거 의혹은 지난 2002년 도입된 투표지 분류기(일명 전자 개표기)와 2014년 도입된 사전투표와 관련된 내용들이 가장 많다. 사전투표는 본 선거일 전 원하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어 유권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투표지 분류기는 개표 시간과 개표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인간을 시간과 공간, 비용의 제약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의심과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지난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미래한국당(현 국민의 힘)이 참패한 것을 계기로 온라인 상에서 급격히 확산됐다. 당시 정치적 발언권을 키워가던 극우 유튜버들이 진원지였다.

유튜버들은 특정 세력이 선관위 서버를 해킹해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사전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들은 여당과 야당의 득표율이 일정한 비율을 보인 선거구들이 있었다는 점, 민주당이 사전투표에서 승리한 선거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 본 투표와 사전투표의 정당 득표율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 등을 조작의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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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용빈(오른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 출석한 가운데 김 사무총장 자리에 선거관계법규집이 놓여 있다. 왼쪽부터 최현석 서울경찰청장 직무대행,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2024.12.13. xconfi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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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의심은 본 투표와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 사이에 성향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22대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전투표일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66.2%가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고 답했고,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19.8%에 그쳤다. 반대로 본투표일 투표 의향자의 경우 국민의힘 후보(47.3%)에게 투표하겠다는 답변 비율이 민주당 후보(39.5%)를 선택한 경우보다 높았다. 사전투표 의향은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고, 같은 연령 그룹에 있더라도 사전투표를 선호하는 사람의 야권(민주당) 지지 성향이 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법적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사전투표 조작이 입증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극우 유튜버들과 보수 진영 후보들은 지난 21대 총선 결과가 조작이라며 여러건의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2년 8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기각 판결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에는 22대 총선에서 전산 조작이 있었다며 관위 관계자 5명이 고발됐지만, 검찰은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보수 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도 마찬가지로 반박됐다. 유튜버 김어준씨는 지난 2017년 영화 '더 플랜'을 통해 2012년 대선에 개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투표지 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한 미분류표 중 박근혜 후보의 표가 문재인 후보의 표보다 많은 현상이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재검표를 통해 검증하자'고 맞섰고, 김씨가 제기한 의혹은 후보간 지지층의 연령 구성비 차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이후 더이상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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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6일 공개했다.(사진=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2024.1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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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지만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여전히 음모론에 매달려 있다. 강성 보수세력들이 부정선거라는 깃발 아래 강하게 결집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국가정보원이 선관위 전산 시스템에서 취약성이 발견됐다는 보안 컨설팅 결과를 내놓자 이들은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음모론은 끊임 없이 버전을 갱신 중이다. 이제는 선관위가 직접 전산 조작을 한 뒤 위조된 사전선거 투표지를 섞는 방식으로 부정선거를 해왔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좌파 세력이 중국인들을 포섭해 사전투표에 동원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도 부정선거 세계관 안에서는 마치 공신력 있는 정보처럼 포장된다.

유튜버 A씨는 "2020년 4·15 총선에서 선관위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사전 투표를 조작했다. 상대방의 사전 투표수를 훔치고 유령 사전투표수를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2023년 10월 보궐선거때는 선관위 핵심 관계자 외에는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사전투표 선거인명부의 위·변조를 통해 유령 사전투표자를 만든 다음에 민주당 후보의 득표수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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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4·15 총선 인천 연수을 재검표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재검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선거 무효 소송에 따라 이뤄졌다. 2021.06.28.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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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의 취약성과 투표 조작을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게 중론이다. 선관위는 당시 국정원 컨설팅에 대해 "우리가 보안 수준을 일부 낮춘 상황에서 모의 (해킹) 실험을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선거인명부가 보관되는 서버 등 선거 관리 시스템은 통신이 연결되지 않는 '에어갭'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다. 국정원도 조사에서 해킹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개표는 실물 투표지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산 조작 만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건 불가능하다. 각 당과 후보측 참관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수검표가 이뤄지고 투표지는 선거 이후에도 보관돼 재검표가 가능하다. 선관위와 투·개표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관계자들의 인적 구성을 고려하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가짜 투표지를 섞는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주류 정치권 내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음모론을 경계한다. 윤 대통령이 선거 부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심은 여권 내에서도 극히 비주류적인 일부의 시각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던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9일 한겨레TV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제도는 여야 합의로 통과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했고,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이 분(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대로 사전 투표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번 따져봤다. 투표함 만드는 인원, 운반하는 인원, 도장찍는 인원 등 아무리 적게 잡아도 2만5000명이 필요하다. 그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이걸 하고 지금까지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확언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는 유튜버와 네티즌들은 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선관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고 불리한 여론을 뒤집어줄 것으로 굳게 믿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도 대통령은 부정선거에 대한 근거를 내놓은게 아무것도 없다. 대통령은 정말 인터넷 괴담 수준의 의혹을 믿고 계엄을 선포했을까? 현재로선 음모론에 심취해서인지, 아니면 강성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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