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구조선 지오 바렌츠호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탈리아 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인해 지중해에서 이주민 구조 활동을 중단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MSF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2021년 6월부터 운영해온 구조선 지오 바렌츠호의 활동을 중단했다"며 "이탈리아의 법과 정책 때문에 현재의 운영 모델로는 활동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MSF 등 비정부단체(NGO)의 지중해 구조 활동이 이주민들의 위험한 항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NGO가 운영하는 구조선의 활동을 제약하는 데 힘써왔다.
특히 2022년 10월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국제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구조선이 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사이를 오가며 이주민을 실어 나르는 '택시' 역할을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해 1월 도입한 관련 규제 법령에 따르면 구조선은 한 번에 한 척의 이주민 선박만 구조할 수 있으며 구조 시 지정받은 항구로 지체 없이 가야 한다.
그동안 국제구호단체는 지중해에 며칠간 머무르며 여러 차례 구조 활동을 통해 수백 명의 이주민을 태운 뒤 이탈리아 정부에 입항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활동해왔는데, 이탈리아 정부가 구조 횟수를 단 1회로 제한한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가 입항을 요청한 구조선에 극단적으로 먼 항구를 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MSF 등 국제구호단체들은 지중해 구조 활동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의 각종 규제법으로 인해 지중해 구조 활동이 어려워지자 MSF가 3년 반 만에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MSF가 운영하는 구조선 지오 바렌츠호가 관련 법령을 위반해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항구에 억류된 기간만 지난해 초부터 160일에 달한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MSF는 지난해 6월에는 지오 바렌츠호가 지중해에서 13명을 구조한 뒤 이탈리아 북부의 항구까지 1천㎞ 이상을 항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MSF는 이 같은 조건에서는 최대 600명을 태울 수 있는 지오 바렌츠호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MSF는 이번 결정이 영구적인 구조 활동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수색·구조 책임자인 후안 마티아스 길은 "MSF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경로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MSF는 2021년 6월부터 지중해 중부 루트에서 1만2천675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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