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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9] 햄릿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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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경첩에서 빠져버렸다. 오, 저주받은 운명,

내가 그것을 바로잡도록 태어났다니!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갑자기 시간이 경첩에서 빠져버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교적 잘 여닫히는 문짝인 줄 알았는데. 경첩에서 빠져버린 문짝은 어떻게 되는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 더 이상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게 된다. 말하자면 흘러가던 시간의 정지.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 후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은 ‘햄릿’의 저 유명한 구절, “Time is out of joint”였다. 삼촌의 부정한 왕위 찬탈을 알게 된 햄릿에게 시간의 질서는 뒤죽박죽된 것이나 마찬가지. 그는 그것을 바로잡을 운명에 강제로 내던져진다. 시간이 수리되어 하루빨리 문을 정상적으로 여닫을 수 있게 되길 바라는 햄릿의 마음이 바로 지금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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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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