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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글로벌 시민] 온돌방이 그리운 유럽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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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이투데이

벌목한 통나무를 가득 실은 대형트럭이 자주 보인다. 적당하게 쪼개 겨울 땔감으로 재탄생할 나무들이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유럽은 아직도 목재가 중요한 가정용 난방 원료다.

포르투갈 겨울은 내륙 산간지역을 빼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비 오는 날이 많다 보니 습하고 바람까지 잦아 냉기가 몸 속 깊숙이 파고든다.

이럴 땐 집에 보일러를 켜고 뜨끈한 바닥에 누워 있는 게 최고지만 아쉽게도 이곳엔 온돌방이 없다. 그래서인지 맑은 날 햇볕 좋은 카페엔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듯 모여 앉아 얘기꽃을 피운다. 아마도 집 안이 더 추워서 밖으로 나왔으리라.

내가 살고 있는 집처럼 북향인 주택들은 앞으로 3~4개월 동안 실내에 햇볕이 찾아오는 걸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는 집을 지을 때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파트 설계단계부터 동향이나 남향을 기본으로 일을 진행하는 데 이곳은 집의 방향이 제각각이다. 우리 아파트만 봐도 중앙 복도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남향, 한쪽은 북향으로 나뉜다. 그래서 겨울엔 ‘햇빛 부자’ 남향집들이 그저 부럽다.

그렇다면 일반 가정은 난방을 어떻게 할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난방기구는 라디에이터와 오일히터다. 그 외에도 냉·난방 겸용 에어컨, 벽난로 등이 있다. 우리 가족은 벽난로와 오일히터,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보낸다. 그런데 난방기구가 많을수록 연료비 지출도 커지니 나는 ‘전원 꺼라’를 입에 달고 다닌다.

1입방미터(㎥) 분량의 참나무 장작이 80유로인데 겨울을 나려면 두 번은 주문해야 하니 거실 벽난로의 ‘불멍’도 자주하면 부담스럽다. 지은 지 20년이 갓 넘은 우리 아파트는 이 도시에선 비교적 새 건물에 속해 바닥 난방 시스템이 있지만 한국처럼 온수 파이프가 아니라 전기 열선을 이용하는 방식이라 전기요금 때문에 일찌감치 없는 셈 쳤다.

주택 난방 문제는 포르투갈에서 매년 겨울마다 반복돼 왔다.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포르투갈 인구의 20.8%가 집을 제대로 난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웃나라 스페인과 함께 유럽연합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수치는 약 두 배였던 2007년(41.9%)에 비해 개선됐지만 포르투갈은 여전히 이 항목에서 유럽 최고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겨울에 집을 적절하게 난방할 수 없는 인구를 2030년에 10%로 줄이고 2050년까지 전체 인구의 1%만이 이러한 조건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에너지 빈곤 퇴치를 위한 장기 전략 2023~2050’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저소득층의 필수 에너지에 대한 보편적 접근, 단열 성능을 높인 지속 가능한 건물 지원 등이 포함됐는데 아무쪼록 목표한 바가 잘 이뤄져 누구에게나 추위 걱정 없는 겨울이 됐으면 좋겠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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