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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尹 "국회 막지말라 했다"…軍도 경찰도 "국회 전면통제 지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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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담화를 내고 “소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게 폭동인가”라고 반문하며 ‘12·3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군 투입이나 통제 등도 필요 최소한도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군 지휘관들이 당시 현장에서 받았다는 지시와는 배치된다.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중간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누군가가 대통령의 지시를 왜곡 전파했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4일 자정 계엄군 병력이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보좌진과 의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2024.1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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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회 출입 막지 않았다” 지휘관 “출입 통제 지시받아”



윤 대통령은 국회 병력 투입에 대해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며 “그래서 국회의원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국회 마당과 본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고 계엄 해제 안건 심의도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중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국회 등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건물 출입구를 확보해 인원이 나오거나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임무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역시 국회 제출 자료에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계엄 선포 직후 국회 출입 통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회 주변에 5개 기동대가 배치됐고, 한때 신분증 확인 뒤 출입을 허용했던 경찰은 포고령 1호가 발표된 직후인 오후 11시37분부터 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라 국회 출입을 다시 전면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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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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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병력 투입은) 국회 해산이나 기능 마비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국회에서 정상적 심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결과론적 이야기일 수 있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두 번째 통화에서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의결정족수를 언급한 건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 ‘부결’을 위해 병력 투입 정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계엄 해제안 가결은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휘관들이 이런 윤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곽 사령관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사항을 듣고 현장 지휘관들과 공포탄 사용이나 전기 차단 여부를 논의했다. 현장 지휘관들이 ‘그건 안 된다’고 했고 저도 차마 그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안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작전을 중지시켰다”고 말했다.



경고 주려 했다는 尹…체포·구금 시도와 ‘모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해 국민들께 망국적 상황을 호소하는 불가피한 비상조치였다”며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냐”고 말했다. 종북 세력의 국정 위협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목적이었단 취지다.

하지만 이는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작전이 진행됐다는 대목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해군 준장)은 국방위에서 “구금시설 관련된 지시와 체포와 관련된 지시는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며 체포 명단에 14명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체포·압송·구금을 위해 수사관을 대규모로 동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방첩사 관계자는 지난 9일 “신병 확보된 몇몇 인사들을 인계받아 의명 장소로 이동시키는 데 40여명 수사관을 국회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방조사본부는 이날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4차례 요청받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명단에 있던 14명 외에도 국회 현장에서 추가 체포를 염두에 뒀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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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6일 공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尹 “담화 뒤 병력 이동 지시”…선관위엔 1시간 반 전 대기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국방장관에게 계엄령 발령 담화 방송으로 국민들께 알린 이후 병력을 이동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3일 오후 10시 23~28분 진행됐다.

그러나 문상호 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은 국방위에서 김 전 장관으로부터 3일 오후 9시쯤 과천 정부 청사 인근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보사 요원들이 윤 대통령의 계엄 담화 종료 5분만인 오후 10시33분 곧바로 선관위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국회 병력 투입 작전은 윤 대통령 주장대로 계엄 발표 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태 707 특임단장은 “3일 오후 10시 31분 곽 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와 헬기로 국회의사당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관위 투입 목적 놓고도 미심쩍은 尹 주장



윤 대통령이 선관위 병력 투입을 놓고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성우 방첩사 1처장(육군 준장 진)은 국방위에서 “포고령 2번 항목인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 선동을 금한다 등 위반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계엄 하에서 포고령 위반 행위를 차단하거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으로 인식했다는 취지다. 현장은 ‘미래 비위 예방’을 병력 투입 근거로 삼은 반면 윤 대통령은 ‘과거 비위 확인’을 내세운 셈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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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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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투입 계엄군 300명 미만? 1000명 이상?



윤 대통령은 국회 투입 계엄군이 “300명 미만의 실무장 하지 않은 병력”이었다고도 강조했다. “과거와 같은 계엄을 하려면 수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다만 이를 두고선 주장이 엇갈린다. 국회 사무처는 4일 국회에 병력 280여명이 진입했다고 밝혔지만,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 투입 인원만 685명”이라고 집계했다.

“계엄군이 실무장 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보기에 따라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현장 지휘관들은 “실탄은 개별 지급하지 않고 통합보관 형태로 휴대하라고 지시했다”(곽종근 특전사령관), “총기와 탄약을 모두 차량에 두고 (작전) 수행하라고 했다”(이진우 수방사령관)고 했다. 실탄을 현장에 들고 갔지만, 대원들에게 지급하진 않았다는 취지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10일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산탄총을 든 계엄군 사진을 제시하면서 “어떤 때 쓰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문 개방이나 인원 살상에도 사용된다”면서도 “실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초 비살상 무기를 사용한 무력 진압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테이저건과 공포탄, 케이블 타이 등을 휴대했다”라고도 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이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고, 사병이 아닌 부사관 이상 정예 병력만 이동시키도록 했다”는 대목도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육군 관계자는 “국회에 투입된 병사(사병)는 군사경찰단 42명, 1경비단 19명이었다”며 “이때 수방사 장병 중 국회 본청 진입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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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교·이근평·이유정·박현주·심석용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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