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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유니클로 인기가 '가성비' 때문이라고요? [솔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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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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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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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팬'(No Japan)을 기억하시나요?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 이후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 열풍이 거세게 분 바 있는데요. 이 바람도 사그라든 지 오래입니다. 한두 시간을 투자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인 만큼 엔데믹 이후 일본 여행이 급증했고요. 일본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진 모양샙니다. 우리 곁을 뒤덮은 산리오 캐릭터들만 떠올려봐도 알 수 있죠.

패션 시장도 그렇습니다. 특히 노재팬 운동으로 타격이 극심했던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있었는데요. '히트텍'으로 이름을 알린 유니클로입니다.

당시 국내에선 온라인상에 일본산 제품 및 기업 리스트가 확산했고, 유니클로는 모든 명단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 유니클로 매출은 전년보다 반 토막이 났으며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서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죠. 당시 서른 개가 넘는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몸집도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3~4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매출 측면에서만의 변화가 아닌데요. 지난해 국내 토종 브랜드 '탑텐'을 다시 넘어서더니, 이제는 '힙'(hip)한 브랜드로도 자리 잡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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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니클로, 무신사, 탑텐, 스파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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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경기 침체에도 웃는 SPA 브랜드…강력한 무기는 '가성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패션업계는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고객들이 소비를 조절할 수 있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이죠.

양극화 소비 경향도 두드러졌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급부상하던 명품 소비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큰손' 중국을 비롯한 주요 명품 시장의 침체 등으로 버버리나 구찌의 모기업 케링그룹은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강수를 뒀고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경영진을 재편했습니다.

반면 가성비를 내세운 저가 제품들은 꾸준히 수요가 뒷받침되는 모습입니다. 꼭 필요한 것만 사는 등 실용 소비를 중시하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 트렌드는 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인데요. 한때 반짝 붐이 일었던,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현재 지향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욜로(You Only Live Once)와 상반되죠.

요노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론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조·유통 일원화(SPA) 브랜드의 인기인데요. SPA 브랜드는 제조와 유통, 판매를 도맡아 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짧으면 1주일에 한 번꼴로 상품을 발 빠르게 교체하면서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도 불립니다. 소비자 선호에 맞춘 빠른 제품 개발과 유통이 가능하기에 생산 공정의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유행을 따르는 상품을 대량 생산하면서 단가도 낮출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올해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건데요. 5년 만의 일입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 내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9월~올해 8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5.4% 증가한 1조601억 원, 148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9년 노재팬 운동 전인 2018회계연도부터 2년 연속으로 1조30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불매운동 직후인 2020회계연도에 6298억 원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났는데요. 영업이익은 2019회계연도에 1994억 원에서 이듬해 88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죠 . 다만 2021회계연도엔 영업이익 529억 원을 내면서 이내 흑자 전환했고, 2022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7%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실적 회복기를 거친 유니클로는 5년 만에 1조 원대 매출을 회복했는데요. 이달 기준 전국 매장도 132개까지 늘었습니다.

국내 토종 SPA 브랜드들도 유니클로의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도 올해 매출 1조 원 돌파를 예약해놓은 상황인데요. 지난해 매출은 약 9000억 원을 기록한 바 있죠.

최근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10월 오프라인 매장 월 매출이 최초로 1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는 누적 1028만 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올해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매출 1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스파오는 올해 6000억 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지난해 매출 4800억 원보다 25% 증가한 수치입니다. 스파오도 올해 19개 매장을 오픈하며 현재 127개 매장을 운영 중이죠. 에이블리는 지난달 1~25일 기준 SPA 브랜드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0%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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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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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브랜드 인기가 단순 가성비 덕분?…이미지 구축 전략도 치밀


SPA 브랜드의 인기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만 기댔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과거엔 가성비 외에 품질적으로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이제는 상향 평준화된 품질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패션업계의 주류 트렌드로 미니멀리즘 바람이 이어진 영향도 있습니다. 로고가 없고 깔끔한 디자인의 기본템(기본 아이템), 부담 없이 다양한 룩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Z세대의 추구미 덕에 SPA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실로 이들 브랜드에선 티셔츠, 데님, 푸퍼 등 기본템들이 판매량 상위권에 들곤 하죠.

이미지 쇄신을 위해 비용을 투자하는 모습도 포착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유니클로입니다.

2019년 노재팬 운동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불호'에 가깝게 박혀버린 유니클로는 이때 한국 기부금을 껑충 높였습니다. 2020년(회계연도 2019년 9월~2020년 8월) 기부금은 41억5310만 원으로, 전년(6억3772만 원) 대비 급증했는데요. 한국에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명품 브랜드 샤넬 코리아, 루이비통이 각각 13억 원, 0원의 기부액을 기록해 대비되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공헌사업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14일엔 브랜드 출범 40주년을 맞아 히트텍 100만 장을 기부하는 '더 하트 오브 라이프웨어'(The Heart of LifeWear)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는데요. 도움이 필요한 난민과 아동, 자연재해 피해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히트텍을 기부할 예정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상황에 따라 히트텍과 함께 접촉냉감 의류인 에어리즘(AIRism)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선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올겨울 전국 16개 시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 수행기관을 통해 독거노인 2만5000명에게 12억 원 상당의 히트텍 5만 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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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자라, H&M, 유니클로,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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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협업도 활발…Z세대 눈길 사로잡은 비결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특별한 협업이 아닐까요?

유니클로의 U라인은 신명품(컨템포러리) 브랜드 르메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협업하는 인기 컬렉션입니다. '르메르 맛 유니클로'라는 별명도 가진 이 컬렉션은 매 시즌 발매될 때마다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죠.

'저렴이 르메르'라서 인기를 끄는 건 아닙니다. 일부 인기 제품은 웃돈이 붙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기도 합니다. 정말 가성비를 중시하는 이들이라면 "웃돈을 주고 살 바에 르메르 제품을 사겠다"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까요? 가격보단 브랜드의 협업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르메르 말고도 띠어리, JW앤더슨, 질샌더, 마르니와도 협업한 유니클로 제품이 출시된 바 있는데요.

유니클로는 지방시, 끌로에 출신 유명 패션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 등과도 협업해 C라인을 선보이는 등 색다른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유니클로를 포함해 자라, H&M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카를 라거펠트, 알렉산더 왕, 질샌더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협업해 관련 상품을 한정 수량 판매하는 전략도 전개해왔습니다. '비용적 매력이 전부'라는 편견을 깨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 한 거죠.

이 같은 시도는 계속됩니다. 자라는 톱모델 케이트 모스와 손잡고 홀리데이 시즌에 맞는 파티 룩, 액세서리를 선보였는데요. 미니멀리즘도 잊지 않으면서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로 구성됐습니다.

H&M은 축구 레전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공동 개발한 트레이닝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트레이닝 세트업부터 복서 브리프 등 핏과 기능성 모두 챙긴 스포티한 컬렉션이 탄생했는데요. 출시를 위해 즐라탄과 H&M 측은 수차례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디테일에 대한 즐라탄의 관심은 색상 배합과 전략적으로 배치된 주머니, 다이내믹한 핏에 반영됐다는 전언입니다.

H&M의 프리미엄 SPA 브랜드인 코스는 사진작가 크리스 페라니와 함께한 겨울 시그니처 컬렉션을 공개했는데요. 섬세한 디테일, 다채로운 색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습니다. 원단 양면에 디지털 프린팅이 더해져 깊고 풍부한 색상을 띄는 게 하나의 특징이죠.

유니클로는 스폰지밥 25주년 기념으로 스트릿웨어 브랜드 캑터스 플랜스 플리 마켓(CPFM)과 손잡았습니다. 인기 만화 스폰지밥 캐릭터들이 티셔츠, 후드티 등에 자리 잡아 눈길을 끌었죠. CPFM는 퍼렐 윌리엄스의 개인 어시스턴트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퍼렐은 CPFM 아이템을 공식 석상에서 자주 착용하기도 합니다. 눈이 4개 달린 게 CPFM의 시그니처 디자인인데요. 유니클로와의 협업에서도 눈 4개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스폰지밥과 뚱이 캐릭터는 인형으로도 출시될 예정인데요. 다소 기이하면서도 귀여운 디자인에 빠르게 품절될 것 같기도 하네요. 13일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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