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양자과학기술 예산 정부 증액안 대부분 반영
③ 바이오 예산 대폭 삭감? 카르텔 논란 불거져
"깎을 땐 언제고... 이제 와 불법계엄 핑계가 삭감?"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 관련 뉴스를 TV로 보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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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거대 야당은 (예산 단독 처리로) 성장동력까지 꺼뜨리려고 하고 있다”며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했다. “차세대 원전 개발 관련 예산은 거의 전액을 삭감하고, 기초과학·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는 것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일부가 삭감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예산 세부사항을 확인한 결과 주요 분야 R&D 예산은 오히려 크게 증액됐다.
① 차세대 원전 투자 위축?... 소형 원자로 개발비 두 배로 증액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소형모듈원자로(SMR) 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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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언급한 차세대 원전 개발 관련 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민관합작 선진원자로 수출 기반 구축사업’이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을 위한 예산으로, 정부안 규모는 70억 원이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90% 감액돼 7억 원이 됐다. ‘국민적 동의 없이 원전 카르텔들이 모여 결정한 사업이라 충분한 논의 없이 시작할 수 없다’는 게 야당의 삭감 이유다.
이것만 보면 차세대 원전 연구 투자가 위축된 것 같지만, 정작 원자력기금 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93.7%(약 256억 원) 늘어난 530억2,000만 원으로 확정됐다. i-SMR은 국내 차세대 원전 개발의 대표 모델로, 정부가 ‘표준 설계 및 개발 본격화로 연구개발비가 증가돼야 한다’고 요구한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② 양자기술 계속·신규사업 예산 모두 큰 폭 늘어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 예산이 감액된 사업은 ‘양자과학기술 글로벌 파트너십 선도 대학 지원’으로, 정부 안에서 33%(23억8,000만 원)가 줄어든 47억9,200만 원이 책정됐다. 감액 이유는 ‘관련 신규 과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여기에 해당하는 3개월분 예산을 덜어낸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예산 전반을 따져보면 양자기술은 가장 크게 증액된 분야 중 하나다. 양자기술국제협력 강화(113.9%), 양자암호통신 산업확산 및 차세대 기술개발(104.5%) 등 양자 관련 7개 계속사업 예산 모두 올해 대비 50~100% 늘었다. 현 정부가 핵심 R&D로 내세운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양자통신·센서 및 양자컴퓨팅 부문에서 각각 154억 원과 98억 원이 신규 편성됐다. 이는 당초 과학기술자문회의 제안보다 각 30배, 20배씩 늘어난 것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지적됐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에서도 ‘양자기술산업법’을 제정한 만큼 다양한 정책 추진 예산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안을 받아들였다.
11월 20일 인천 연수구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센터에서 상용 수준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이 공개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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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부실 논란 정신건강 사업 삭감... 전체 R&D 예산은 11.5%늘어
바이오 분야에서는 ‘전 주기 정신건강 예방·관리 디지털플랫폼 생태계 구축’ 사업 예산이 50억 원 삭감됐다. ‘정신건강 예방 플랫폼이 이미 2021년 개발됐고, 실증도 되지 않아 추가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다. 해당 사업은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제 개발 과제이나,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김형숙 한양대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고 정작 핵심기술 개발은 용역에 맡기는 등 부실한 내용으로 R&D 카르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 외 반도체, 기초연구 사업의 예산 삭감은 대부분 사업 준비 기간인 3월까지의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해당 분야 전체 예산은 정부의 요구가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내년도 국가 R&D 예산은 올해보다 11.5% 증액된 29조6,000억 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학 분야 대학교수는 "지난해 난데없는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 현장을 뒤흔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예산 삭감을 (불법 계엄의) 핑계로 드는 건 비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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