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칩거' 깨고 29분 담화…'통치행위' '질서유지 병력' 등 적법성 주장
野에 '광란의 칼춤' '괴물' '반국가' 비판…끝부분서 "국민께 사과"
용산 청사 방문해 담화 녹화…언론사에 영상 제공해 중계
대국민 담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지난 나흘간의 '칩거'를 깨고 다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통령실에서 담화를 발표한 후 한남동 관저에 머물며 청사를 포함한 외부 출입은 극도로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계엄 선포 배경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렇게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시종일관 계엄 목적이 거대 야당의 '권한 남용'을 막고, 또 대통령 고유의 통치 행위 범위에서 이뤄졌다는 논리를 폈다.
계엄에 대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법리 다툼을 대비해 방어 논리를 미리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며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을 '사회 교란으로 인한 행정 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 판단해 대통령으로서 통치 행위로 계엄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부정 선거설을 직접 언급하진 않으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시스템이 "엉터리"였다며 계엄 때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지시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 등 자극적 언어를 연거푸 사용했다.
지난 3일 계엄 선포 이후 빚어진 사회 혼란에 대해서는 담화 말미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뜨거운 충정을 믿어달라"며 담화를 마쳤다.
대통령 담화 시청하는 시민들 |
윤 대통령의 앞선 3차례 담화는 기자실과 같은 층에 있는 브리핑룸에서 진행했다. 이와 달리 이날 담화는 다른 층에 있는 접견실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언론에 몇 분 전 임박해서야 예고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본 뒤 기자들에게 "이런 담화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로 나와 담화를 녹화하고 관저로 복귀했다.
지난 7일 담화 이후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하던 윤 대통령 동선이 취재진에 포착된 것은 이날 오전이었다.
윤 대통령 차량은 오전 8시 16분께 경호 차량을 대동한 채 한남동 관저를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했다. 이어 36분 후인 8시 57분께 다시 청사에서 나와 관저로 복귀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행적에 대한 취재진 문의에 확인하지 않다가, 9시 25분께 '대통령 담화 영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방송사들에 안내하며 4차 담화 사실을 알렸다.
대통령실은 전체 출입기자단에 9시 42분 윤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 공식 자료를 제공했다. 담화는 약 29분으로 7천여 자 분량이었다.
닷새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윤 대통령은 먹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담화에 나섰다.
주요 방송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는 대통령실이 자료를 제공한 직후 시작해 10시 11분께 종료했다. 대통령실 공식 유튜브인 '윤석열' 채널은 담화가 다 끝난 뒤 영상을 게시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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