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여전히 미국 반도체 보조금 협의 중
추가 투자 축소시 보조금도 줄어들 가능성 있어
탄핵 정국 여파로 K-칩스 지원법 ‘올 스톱’
주요국 반도체 정조준 지원 속 한국만 ‘외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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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가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최종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규모를 확정짓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조속한 체결이 시급하지만, 국내 정세 불안으로 인한 고환율과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기업들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국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반도체 산업 진흥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탄핵 정국에 휘말려 관련 법안이 줄줄이 지연되거나 ‘반쪽짜리’로 통과되고 있다.
주요 반도체 기업 최종 보조금 받는데…韓 기업만 ‘외딴 섬’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마이크론에 대해 61억6500만달러(약 8조8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예비거래각서를 체결한 후 이번에 최종 계약을 마무리한 것이다. 보조금은 투자 진행 상황에 맞춰 단계별로 지급될 계획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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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마이크론, 인텔(78억6000만달러), TSMC(66억달러), 글로벌 파운드리(15억달러)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 미국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을 수령받게 됐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겠단 목표로 미국 내 생산시설, R&D센터 등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에게 직접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관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종 보조금 지급 규모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약 한 달 정도 앞뒀지만,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기반한 직접보조금 지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그 전에 최종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당분간 고환율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1432.2원으로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강달러 추세가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 테일러와 오스틴에 총 450억 달러의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계획한 170억달러 보다 2배 이상 커진 규모다. 지난 2021년부터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현재 외관 작업이 거의 다 끝났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삼성에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단 예비거래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그러나 고환율과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등으로 추가 투자로 인한 득실을 따져봐야 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같은 ‘당근’이 아닌 관세 부과 ‘채찍’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반도체지원법 혜택이 줄어드는 건 불가피하다. 이에 만약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축소한다면, 예정됐던 보조금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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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사업 부진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는 파운드리 사업 및 R&D 중심으로 계획돼있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운드리 사업에서 연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도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다. 파운드리 투자 보다는 고객사 확대를 통한 수주 확대가 우선이다. 때문에 미국 내 투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시간 벌어줘야 하는데…” 글로벌 경쟁 속 골든타임 놓칠라
여기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일몰 기한을 올해 말에서 3년 연장하는 내용만 통과됐다. 당초에 여야가 합의했던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 및 R&D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등 새로운 세제 혜택은 포함되지 못했다. 12.3 비상 계엄 후 시작된 탄핵 정국의 여파다. 반도체 업계에서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했던 R&D 분야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 방안은 상정도 되지 못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국들은 공급망 재편 속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의 한 반도체 라인 내 모습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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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자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라피더스에 내년에만 2000억엔(1조79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2030년까지 라피더스를 포함한 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에 10조엔(약 93조5330억 원) 이상의 공적 지원을 하는 새로운 틀도 마련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반도체 굴기를 목표로 한국을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메모리에서는 CXMT가 범용 D램 위주로 생산능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 노무라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CXMT의 월 생산능력은 웨이퍼 16만장, 글로벌 생산능력의 10% 수준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은 4위다. 내년에는 30만 장 수준으로 늘어나 마이크론의 3위 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에서도 SMIC가 올해 3분기 매출 21억 71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9.3%)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전문가들은 정쟁과 무관하게 반도체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뎠는데, 탄핵 정국이 시작되며 모든 논의가 ‘올 스톱’된 상황”이라며 “지금 한국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을 버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 세제 혜택 증가 등으로 기술력 증진을 위한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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