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결박한 행위만으로는 살해 고의성 인정하기 어려워"
교회 여고생 사망…학대치사 혐의로 실형 선고받은 신도 |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세종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던 고등학생 A(17)양은 올해 1월부터 인천 한 교회에서 지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5개월 동안 투병 생활을 한 아버지가 사망한 직후였다.
그 무렵 A양은 양극성정동장애를 앓았다. "추가로 뇌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원한 뒤 약물 치료를 하자"는 의사의 권유를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A양 어머니는 병원이 아닌 교회에 딸을 보냈다. 평소 알고 지낸 교회 합창단장 B(52·여)씨가 "정신병원에 보내는 것보다 내가 데리고 있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A양이 교회에 오자 B씨는 합창단원인 C(41·여)씨 등 신도 2명에게 "교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잘 봐야 한다"며 "난동을 부리거나 말씀(교리)을 따르지 않을 때는 마음을 꺾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A양은 교회 건물 2층에 있는 합창단 숙소에서 생활했다. 올해 2월부터는 마음을 꺾으려는 신도들의 감시를 온종일 받았다.
그는 "도망가고 싶다"며 "차라리 정신병원에 보내달라"고 울부짖었지만, 합창단장의 지시를 받은 신도들은 잠도 재우지 않고 청소나 성경 필사를 시켰다.
틈틈이 신도들에게서 A양의 상태를 보고받은 B씨는 "계속 일 시켜"라거나 "엄청 야단쳐야 해요"라고 부추겼다.
3개월 넘게 합창단 숙소에 사실상 감금된 A양은 팔과 다리가 묶이거나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강제로 오르내리는 등 수시로 신체 학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지난 5월 초 신도들은 "A양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합창단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A양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오히려 '치매 환자 억제용 밴드'를 사서 그의 팔과 다리를 침대에 묶었다. 모두 합창단장의 허락을 받고 신도들이 한 행위였다.
결국 A양은 같은 달 16일 다리 부위에 생긴 혈전으로 인한 '폐혈전 색전증'으로 숨졌다.
검찰은 B씨 등 교회 관계자 3명에게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기소 후 결심 공판에서 B씨에게는 무기징역을, C씨 등 신도 2명에게는 징역 30년을 각각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이 최근 아동학대살해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인정하면서 이들은 징역 4년∼4년 6개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1심 재판부가 1주일 넘게 결박당해 생긴 혈전으로 A양이 사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12일 "A양이 (검찰 주장처럼) 사망 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음식을 전혀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박한 행위 자체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박 행위도 자해나 이상행동을 하는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졌을 때는 서로 '기적을 보는 것 같다'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뿌듯해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합창단장이 신도들에게 '때리지는 말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고 신도들은 A양이 사망할 때까지 식사를 계속 챙겨줬다"며 "보통 갑자기 사망하는 폐혈전 색전증을 미리 예방하기도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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