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계엄 코리아' 온라인 기상도] ②
텔레그램, X, 스레드…해외 SNS로 망명 행렬
디지털 서비스 다변화…"미디어 통제 발상, 시대착오적"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디지털 망명'이 시작됐다. 계엄사령부가 사적 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해외 SNS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그동안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범죄 온상으로 비판받던 텔레그램이 디지털 피난처로 떠올랐다. 실제 텔레그램 신규 설치건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 3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텔레그램 DAU(일간활성이용자)는 152만3970명을 기록했다. 총 사용시간만 42만6077시간에 달한다. 특히 이날에만 4만576명이 텔레그램 앱을 새로 설치했다. 올해 신규 앱 설치건수가 일평균 7000명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비상계엄으로 가입자가 폭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자수, 총사용시간, 신규가입자 수 모두 지난 3년(2022년 1월1일~2024년 12월8일)간 역대 최대치로, 통신검열에 대한 국민 불안이 높았음을 나타낸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가 '검열받지 않을 자유'를 강조하며 2013년 출시한 앱이다. 보안성이 높고 서버에 대화 기록이 남지 않아 정치권과 관가에서도 애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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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 모인 380만명, 가짜뉴스+팩트체크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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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
옛 트위터 때부터 '온라인 광장' 역할을 해왔던 X도 떠들썩했다.
3일 X 이용자는 384만3925명으로 지난 3년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신규 설치건수도 전날 대비 80% 급증한 2만5605명을 기록했다. 당시 비상계엄 관련 글만 80만개가 넘었을 정도다. 30대 직장인 A씨는 "당시 X에서 '서울 도심 탱크 짤' 등 가짜뉴스가 돌기도 했지만 이를 바로잡는 팩트체크 글도 가장 빠르게 올라왔다"며 "밤새 X로 실시간 의견을 나누며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고 말했다.
검열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도 관심을 받았다. 3일 오전 1시30분 당시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닌자VPN은 3위, 유니콘 HTTPS는 12위, 노드VPN은 22위로 순위가 반짝 뛰었다. VPN을 이용하면 이용자의 IP(인터넷프로토콜)와 접속대상을 모두 숨길 수 있어 국내 통신사업자(ISP)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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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자인 시대…"'표현의 자유' 통제, 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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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디지털 서비스가 다변화되면서 군사정권 시절 계엄령으론 오늘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나와 있으나 이제는 주요 언론사·출판사를 장악해도 여론을 움직이기 힘든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계엄사 포고령은 오늘날 미디어가 무엇인지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레거시 미디어가 다루지 않더라도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무기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얘기할 수 있는 시대인데, 언론·출판을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공급자 중심의 언론환경과 달리, 네트워크 사회에선 다면적이고 분산된 채널을 통해 정보 생산·수용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망을 통제하지 않는 이상 여론 통제는 불가능한데, 모든 일상과 경제활동이 네트워크에 기반한 초연결 사회에선 구현될 수 없는 일"이라며 "표현의 자유 통제·차단이 안 되는 시대에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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