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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2차가해' 옹호에 문제제기하면 '강퇴'…"촛불행동, 대표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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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광장이 시끌시끌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해 '2차 가해' 지탄을 받은 김민웅 전국촛불행동 상임대표가 광장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해 입장이 갈리면서다.

김 상임대표가 속한 촛불행동은 '2차 가해' 논란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는 대신 문제를 제기한 시민들을 단체채팅방에서 강제 퇴장 조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중심에 섰다. 과연 촛불행동이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사회 대개혁을 추동해야 할 촛불 광장의 대표자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 성폭력 2차 가해자 마이크 쥐고, 페미니스트 향해 "끌어내려"…광장서 고개 든 성차별)

1500여 개 시민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 연대체인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비상행동 운영진 구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촛불행동 측 인사를 공동대표단에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 참가자가 촛불행동을 공동대표단에 넣자고 제안하자, 여성단체·성소수자 단체 등에서는 '김민웅 상임대표가 성폭력 2차 가해자인데, 촛불행동 측을 비상행동의 대표로 세우면 누가 우리를 성평등한 조직으로 보겠느냐'며 반발했다.

논란 당사자인 김 상임대표도 이날 회의 자리에 직접 참석했다. 촛불행동 관계자는 '김 상임대표가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했으나 인권단체들의 제지로 발언권은 얻지 못했다. 비상행동은 임시 공동의장단을 꾸리고 다음 주 다시 대표자 회의를 열어 대표단 구성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인권단체들은 김 상임대표의 사퇴 없이는 촛불행동 측과 뜻을 같이 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이날 <프레시안>에 "비상행동은 윤 대통령 퇴진만이 아니라 퇴진 이후의 사회 개혁도 고민하기 위해 결성된 조직이고, 사회개혁에는 당연히 성평등도 포함되는 만큼 성폭력 2차 가해자에게 자리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비상행동 관계자 또한 이날 "윤석열 즉각 퇴진과 사회 대개혁이라는 취지에 동의하는 단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구조와 광장 발언 등을 구성할 때에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폭력 없는 개혁이라는 비상행동의 지향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수의 비상행동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촛불행동이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와 별개로 집회를 열어온 것 또한 김 상임대표에 대한 이견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행동 관계자는 지난 9일 통화에서 "이전에 퇴진본부에 가입 신청을 했는데 거절당했다. 사유는 정확하게는 모른다. '가입신청서 철회'라는 결정만 왔었다"라고 했다.

퇴진본부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가 박원순 시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확정 판결까지 받았는데 사과도 없어서 여성단체나 여러 연대 단체에서 촛불행동 참여가 적절치 않다고 반발하고 있어 촛불행동이 비상행동에 바로 들어오기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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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촛불행동 공동상임대표가 지난 16일 성폭력 2차 가해로 인한 유죄 선고에 항변한 페이스북 게시글ⓒ페이스북 갈무리



촛불행동은 김 상임대표 문제를 두고 촛불 지도부 내부에서는 물론 일반 집회 참가자들과도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김 상임대표가 집회에서 공개 발언에 나서자, 온·오프라인에서 여성 시민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촛불행동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는 "2차 가해자와 함께 목소리 낼 수는 없다"며 김 상임대표의 사퇴 및 촛불행동 측 입장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같은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촛불행동 운영진은 단체대화방에 올라온 규탄 메시지들을 가렸고, 이에 항의한 참여자들에게는 강퇴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촛불행동 운영진은 그러면서 "내부에서 논의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대화방에는 "분란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거나 "탄핵이 우선인 시기에 페미니즘을 이유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여성들을 비난하는 참여자들도 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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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 운영진은 단체채팅방에서 김민웅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문제제기를 가렸으며,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을 강퇴 처리했다.ⓒ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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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 9일 <프레시안> 보도를 통해 촛불행동이 "김 상대표는 촛불행동이 주최하는 집회에서 계속 발언할 예정"이라고 밝힌 사실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그간 촛불행동에 보낸 후원금을 환불해달라는 집단행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지난 10일 촛불행동에 환불을 요청한 A씨는 "성폭력 2차 가해자가 대표로서 발언하고 그를 수용하는 단체에 기부할 마음이 없어 환불을 요청했다"며 "촛불행동에서 다음날 오전까지 환불을 완료해주겠다는 답장을 보냈으나, 실제로는 아직 환불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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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에 후원금 환불을 요구했다고 밝힌 시민들의 SNS 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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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탄핵 정국에서 갈등을 조장하거나 시민들의 단합을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들기 위해 촛불행동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30대 여성 채민정 씨는 "광장은 성별과 연령을 떠나 모두가 나와 함께 투쟁하는 곳인데, 여기서 일어나는 혐오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을 분열조장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분열을 조장하는 셈"이라며 "촛불행동이 집회에서 이뤄지는 성차별 및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행동강령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공모 씨도 "성범죄 2차 가해자가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는 모습은 여성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상하다고 생각할 일"이라며 "가장 좋은 방안은 김 상임대표가 물러나는 것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김 상임대표가 단상에서 발언하지 않거나 촛불행동이 김 상임대표와 관련한 의혹들을 해명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김 상임대표는 2020년 1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전 시장 재직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성폭력 피해자 A씨의 실명을 노출한 혐의로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유죄 확정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무죄다.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뒤늦게 나의 사건과 판결에 대한 일방적이고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진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항변했다. 촛불행동 또한 올해 1월 "재판부의 판결은 촛불행동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일환"이라며 김 상임대표의 혐의를 부인했다.

"광장에서조차 구조적 성폭력 마주해…'모두가 평등할 때까지 아무도 평등하지 않다'는 자세로"

김 상임대표와 촛불행동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탄핵 집회에 참가하는 단체들 사이에선 '평등한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1일 논평을 내고 "지난 12월 8일, 인천 지역 고등학교 최초로 인천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반헌법적 비상계엄 사태를 규탄하며 윤석열의 퇴진‧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후 인천여고 시국선언문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여학생들에 대한 얼굴과 몸매 평가, 조롱, 욕설 등 사이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할 광장에서조차 구조적 성폭력을 마주한 인천여고 학생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자신과 친구, 가족, 공동체, 국가라는 소중한 존재를 지키고자 펜을 들었던 학생들의 용기와 결단에 뜨거운 연대를 보낸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7일) 본무대 앞에 있던 집회 참여자 중 일부가 특정 발언자에게 삿대질과 야유로 차별과 혐오 행위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해야 할 광장,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집회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공운수노조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다만 노조 일부 대오가 앞쪽에 있었다는 이유로 야유한 측이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이라는 비난이 SNS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는 근거 없는 추측이며 노조에 대한 편견과 또 다른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재발 방지를 위한 모두의 노력과 함께 우리가 만들려는 안전하고 평등한 민주주의가 과연 어떤 것인가 더 나눌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며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모두가 평등할 때까지 아무도 평등하지 않다'는 자세로 모든 노동자가 평등한 사회를 이룩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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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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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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