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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좋은 서울 만들기, 우리도 함께해요"...서울살이 불편 해결 나선 '외국인 살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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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1년 이상 외국인으로 구성
생활 속 불편 사항 외국인 시선에서 제안
안심이앱 외국어 병기 등 실질적 효과
한국일보

10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24 서울살피미 워크숍'에서 페루 출신 마이타 체카시가 디나 배내딕타가 서울시 시설물 개선 사항을 제안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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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러 온 서울에서 아내를 만났고 아이도 서울에서 키우고 싶지만 외국인 커플에 대한 서울시 정책을 알 수 없어 답답합니다."

2018년 대만에서 온 춘주이는 '서울시 영등포구' 주민이다. 공부를 하러 왔다 한국에서 직장을 잡은 그는 자신처럼 이탈리아에서 온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앞두고 있다. 편리한 교통 시스템과 쾌적한 환경, 친절한 서울 사람에 반한 그는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아이도 낳아 기를 생각이다. 하지만 관련 정보를 알고 싶어도 서울시 외국인포털 홈페이지에 '다국어 서비스'가 누락돼 자신처럼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부가 혜택을 놓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외국인 눈높이서 '서울살이' 개선 나선 살피미들


외국인들이 느끼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결성된 '서울생활살피미'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머리를 맞댔다. 서울에 살고 있는 외국인 주민들인 살피미는 일상생활에서 외국인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을 살피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서울에 거주한 지 1년 이상, 한국어나 영어 구사가 가능한 귀화인·외국인·결혼 이민자 등이 살피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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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24 서울살피미 워크숍'에서 외국인 살피미들이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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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에는 살피미로 활동 중인 외국인 10명이 모여 개선이 필요한 서울시 정책과 시설 문제를 살폈다. 페루에서 온 마이타 체카시가 디나 배내딕타는 최근 자신을 만나러 서울에 놀러 온 멕시코인 친구가 겪은 경험을 소개하며 시내 공원에 'SOS 부스'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공원에 앉아 있던 제 친구가 사진을 찍자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남성에게 위협을 느꼈지만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만한 시설이나 사람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디나는 시간대별로 해당 장소를 답사한 사진 자료와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디나의 발표를 듣던 대만 출신 왕경리는 "친구에게 안심이앱을 알려 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서울시 안심이' 앱은 범죄에 노출됐거나, 늦은 밤 귀갓길이 불안할 때, 긴급신고와 출동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안심이앱과 연동된 휴대용 안심벨을 누르면 경고음과 함께 경찰이 출동한다. 한국어로만 제공됐던 안심이 앱은 살피미들의 요청으로 '외국어 버전'도 개발됐다.

이 밖에 "키가 큰 사람을 배려해 '따릉이' 안장을 높여 달라" "버스 정류장 주변 시설물을 정기적으로 관리해 달라" "외국인으로만 이뤄진 가정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외국어로 명시해 달라"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렇게 모인 제안은 시를 통해 관련 기관과 정부 부처에 전달된다. 시는 최근 "관악구 공항버스 정류장 버스정보안내단말기에 다양한 언어를 적용해 달라"는 살피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조치를 완료했다.

서울 거주 외국인 증가..."외국인 의견 반영, 글로벌 도시 도약에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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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24 서울살피미 워크숍'에서 대만에서 온 준추이가 서울 생활 중 느낀 불편함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10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24 서울살피미 워크숍'에서 대만에서 온 준추이가 서울 생활 중 느낀 불편함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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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향후 살피미 사업을 통해 외국인 주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매년 증가세인 외국인 주민의 정착을 돕기 위해서다. 지난해 기준 서울 거주 외국인은 44만9,000여 명으로 서울 전체 인구(938만4,512명)의 약 4.8%를 차지했다. 이에 시는 지난 3월 '다문화담당관'을 신설해 외국인 유치와 정착 등 모든 단계에 필요한 외국인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외국인 주민들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는 것은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내년에도 살피미들과 외국인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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