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인사 주무르기 위해 편법까지 총동원
윤석열 대통령이 9월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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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측근들인 이른바 '용현파'를 군과 국방부 요직에 배치시킨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전 장관을 잘 아는 예비역과 국방부 내부 제보자들은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전 장관은 '12·3 불법 계엄' 이후인 내년 상반기 장성 인사까지 염두에 두고 전례 없던 편법 인사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계엄 이후까지 치밀하게 계획된 인사 전횡 시나리오
이날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은 불법 계엄 이후 '인사 장악'을 염두에 둔 작업을 지난해 10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달 중순, 임기가 6개월 여 남은 김모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에게 조기 이동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남극 세종 기지 방문단에 포함시켜 주겠다", "고위 공무원은 안 챙겨주는 공모 연수를 보내주겠다"며 보상안을 제시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인 김 실장이 김 전 장관에겐 통제가 안 되는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김 전 장관은 오랫동안 공무원이 임명되던 이 자리(인사복지실장)에 편법까지 동원해서 예비역을 앉히려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김 실장을 밀어내고 가장 먼저 검토했던 인물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으로 있던 시기 같이 근무했던 A(육사 46기) 예비역 육군 준장이다. 대표적인 '용현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어 최근 전역한 B(47기) 예비역 육군 준장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 내 '기수 역전'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히자 '플랜 B'를 가동했다. 오영대(44기) 현 인사기획관을 실장으로 승진시키고, 인사기획관 자리에 A 전 준장 또는 B 전 준장을 임명하는 방안이다. 윤 정부 초기인 지난해 1월 인사기획관에 임용된 오 기획관도 그간의 장성 인사를 탈 없이 진행해 김 전 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공개채용으로 뽑는 자리에 내정자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밀실 인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 다른 인사전횡 정황들도 포착된다. 김 전 장관은 국방부 내 실장급 인사 4명이 각각 공무원 2명, 예비역 2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존 예비역 자리인 자원관리실장을 공무원 자리로 바꾸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엔 장군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조직 팀장으로 김 전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 시절 비서실장으로 함께 근무한 인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현직 꿰찬 '용현파' 핵심은 대통령 경호 55경비단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전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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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육사 출신 예비역 인사는 '용현파'의 핵심 연결 고리가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거 55경비대대)이라고 전했다. 55경비단은 대통령 경호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당시 55경비대는 군의관을 제외하면 100%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구성된 엘리트 경비대로, 이곳 출신 장성의 별 개수만 수백 개에 달한다"며 "올해 1월 국방부 내 최고 요직인 국방정책실장에는 김 전 장관의 핵심 브레인이 임명됐다"고 전했다. 김 전 장관이 55경비대 과장 시절 작전 보좌관으로 손발을 맞췄던 인물이다.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육군 장성 인사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해군 출신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임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로 육군이 맡아왔던 자리에 해군 출신을 임명해 육군 장성들이 자연스럽게 물러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을 잘 아는 전직 고위 장성은 이날 "김 합참의장 임명 이후 합참의장 자리를 꿈꿨던 육군 고위 장성들이 대거 전역하면서 공석이 많아졌고, 그 자리를 '용현파'로 채우면서 사단장 하던 사람이 군단장으로 승진하는 등 벼락 출세를 한 장성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시절이었지만, 실제 인사는 대통령실 경호처장으로 있던 김 전 장관 손에 달려있다는 말은 군 안팎에서 당연한 사실처럼 회자됐다. 심지어 "신 전 장관이 자신의 11개월 재임 기간 중 김 전 장관이 자신의 장군 인사를 다 박살 내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군 소식통은 "이번 기회에 군 곳곳에 배치된 '용현파'를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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