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력 앞세워 AI 생태계 주도
원천 모델 없는 日, 한국 맹추격
설상가상 MS·구글·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韓 시장 확장 거세
SKT·KT 등도 해외사와 적극 협업
‘자체모델 개발’ 네이버 타격 커져
“소버린AI 키울 핀셋 지원 절실”
원천 모델 없는 日, 한국 맹추격
설상가상 MS·구글·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韓 시장 확장 거세
SKT·KT 등도 해외사와 적극 협업
‘자체모델 개발’ 네이버 타격 커져
“소버린AI 키울 핀셋 지원 절실”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현재 오픈AI는 전 세계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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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MS 이그나이트 2024’ 행사를 찾았던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 IT 산업이 AI발(發)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기업의 AI 담당 고위 임원은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미국의 기술력에 한 번 놀랐고, 한 수 아래로 봤던 일본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AI를 발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는 점에 더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해외 빅테크들이 AI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토종 AI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조원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기술 격차를 벌이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국내 상황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안방 시장에서조차 토종AI가 설 수 있는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1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MS가 해외 빅테크 중에선 처음으로 우리 정부로부터 클라우드서비스보안인증(CSAP) ‘하’ 등급을 취득한데 이어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도 내년 초를 기점으로 해당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구글과 AWS의 CSAP 심사는 막바지 단계로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외산 대 토종 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AWS를 필두로 MS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등 외산이 꽉 잡고 있다. 그 대신 공공은 보안성 등과 관련된 규제로 외산이 진입할 수 없었으나, 최근 정부가 일부 공공 클라우드 전환 영역에 한정해 외산 진입을 허용한 상태다.
특히 오픈AI가 최근 산업은행과 국내 AI 산업 혁신을 목표로 장기적 협력 관계를 체결하면서 외산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픈AI의 경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선 일본을 주된 시장으로 보고 있으나, 국내 규제 상황 등을 보고 추후 내년 이후로 한국 사무소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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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토종 AI다. 대표적인 곳이 네이버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기업간 거래(B2B) 시장 확대 전략을 놓고 고민에 휩싸인 것으로 파악된다. ‘소버린(주권) AI’를 내세우며 국내 정서와 규범 등에 맞는 ‘자국산 모델’로 세일즈를 해오고 있으나 점차 기업 고객군에선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관점에서 ‘멀티 모델’을 원하는 수요가 부쩍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는 B2B 서비스 영역에서 자체 모델만을 채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아마존, MS, 구글 등이 오픈AI나 메타, 엔스로픽 등 타사 AI 모델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네이버가 내년을 기점으로 자사 AI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보안에 극도로 민감한 공공·금융이나 반도체 등 법적으로 외산 진입에 제한이 있는 영역 등으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전 산업권에 걸쳐 AI 채택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클라우드 매출 타격이 가시화될 경우 멀티모델도 배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AI 모델 속에서 유연한 사업 개진을 원하는 기업 고객의 수요에 맞춰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과 기존 전략을 고수해야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자체 모델 하이퍼클로바X만을 가져가는 사업 방향에 맞춰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T는 일찌감치 MS와 손잡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사업 개시를 목표로 국내 AI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전열을 갖춰 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앤스로픽 등 해외 주요 AI 기업과 각 산업권에 맞는 특화 모델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는 자체 모델 개발을 후순위에 두고 우선 자사 서비스에 AI를 내재화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IT기업만이 한국형 모델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 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안보 등 국가적으로 대비하는 관점에서는 네이버처럼 소버린AI를 밀고 있는 자국 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핀셋 지원이 나와줘야 할 때”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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