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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그 대통령의 그 친구[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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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정재호 주중대사의 배짱?…임기 마지막까지 언론에 '뒤끝작렬'
직무수행 평가는? 野 "빨리 그만둬야 했는데 이제야 그만둔다"
갖은 구설에도 자리지킨 배경은 이제 내란수괴된 "친구 윤석열"
대사 심기경호에 앞장선 '영혼 없는' 일부 외교관들도 반성하길
노컷뉴스

정재호 주중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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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부족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이재정 의원), "낙제점을 줘도 부족하다"(홍기원 의원), "빨리 그만두셔야 하는 사람인데 이제 그만둔다"(윤후덕 의원)

지난 10월 16일 베이징 소재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대사관 대상 국회 국정감사 당시 정재호 주중대사에 대해 쏟아진 야당 국회의원들의 질타다.

비판 수위가 높아 이를 지켜보던 한 여당 의원은 이미 교체가 결정된 그를 향한 야당 의원들의 '뒤끝'이 너무한 것 아니냐고 기자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정 대사를 지켜본 바로는 정 대사의 뒤끝이야 말로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도 '뒤끝작렬'…임기 내내 언론과 불편한 관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열린 특파원 대상 언론브리핑. 지금은 정 대사가 언제 귀임할지 알수 없게 됐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그가 주재하는 마지막 브리핑이었다.

이에 한 특파원이 그에게 2년 5개월여간 주중대사로 재직한 소회를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달리 별다른 소회 없다"였다.

당황한 해당 특파원이 "그래도 좋았던 점도 있을 것 같고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꼽을 만한 게…"라고 다시 묻자 "별로 없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사실 질문자가 정 대사에게 뭔가 거창한 소회를 원한 것도 아니다. 가는 마당에 형식적으로나마 한마디 하시라는 취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내키지 않더라도 '좋은 경험이었다', '직원들이 고생했다' 등등 상투적인 말 한마디라도 하면 될 것을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절'하게 끊어버린 것.

사실 정 대사가 특파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베이징 바닥에서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싫은 티를 내며 '뒤끝'을 부리는 것도 참 대단한 배짱이다.

정 대사는 임기 시작때부터 언론이 비실명 보도 약속을 깨고 자신의 발언을 실명 보도했다고 주장하며 1년 넘게 질의응답 없는 언론브리핑을 진행한채 언론과 각을 세웠다.

또, 올해 4월에는 자신의 갑질 의혹이 제기되자 특파원들의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꿨고, 이에 특파원단(1명 제외)이 비판 성명을 내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직무수행 능력은? 野 "주요 인사 만나 기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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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중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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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의 이런 불편한 관계는 논외로 두더라도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해 대중국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는 주중대사로서 그의 직무수행 능력은 괜찮았을까?

외교관 출신으로 중국 근무 경험이 풍부한 홍기원 의원의 지난 국정감사 질의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그는 이 자리에서 정 대사가 중국 정부 주요 인사들과 관계 정립에 미온적이었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정 대사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국가광파전시총국, 문화여유국 등 한국과의 경제 현안과 직결된 중국 주요 부서 인사들과 만난 실적이 없다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교부 인사를 공식 자리에서 몇번 만나고, 학자 몇번 만난 것 외에는 주요 인사를 만난 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며 "어려움을 뚫고 주요 인사 만나고 하는 게 대사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사도 이를 극구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고 올해 상반기 세 부처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정 대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대사관의 '경제 외교' 활동을 강조하고 나섰는데 이를 전해들은 한 기업인은 "경제 외교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임기 초 재중 기업인들을 만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론하며 '파티는 끝났다'고 발언해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던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어놓은 바 있다.

갖은 구설에도 든든한 버팀목 됐던 '친구 윤석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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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7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정재호 주중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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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중 부적절한 발언과 미온적인 직무수행 태도, 그리고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에 부하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 등 온갖 구설에도 정 대사가 굳건히 자리를 지킨 이유는 뭘까?

'대통령의 친구'라는 든든한 배경이 그 이유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익히 알려졌듯이 그는 윤 대통령과 충암고를 같이 다닌 친구 사이다.

월간조선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기사에서 두 사람의 사이에 대해 "친한 고교 동기 예닐곱 명이 만든 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맞대던 사이"라고 소개했다.

정 대사가 지난해 4월 재외공관장 회의와 올 1월 의료휴가 명목으로 귀국했을 때 윤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것만 봐도 각별한 사이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런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 때문인지 정 대사는 취임 전부터 대통령이나 총리가 이용하는 '공군 2호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이동하려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갑질 의혹 때도 주중대사관 안팎에서는 "터질게 터졌다"가 대체적인 평가였지만 외교부는 "직원들과의 '인화'를 유지해 달라"는 장관 명의 구두 조치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헌정질서를 유린한 12·3 내란사태가 발생하며 '대통령의 친구'라는 정 대사의 이런 든든했던 배경은 이제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 대사를 이승만 정부 시절 양유찬 주미대사와 비교하기도 한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대통령과 '직통외교'를 일삼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그는 4‧19혁명을 계기로 경질됐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비록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정 대사가 거머쥔 한줌의 권력에 기대 그의 심기경호에만 앞장섰던 주중대사관 소속 외교관들도 스스로를 좀 돌아보기 바란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인들조차 일부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그 명령에 따르지 않고 소신을 지킨 사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원래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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