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 발의, 여당의 불참으로 인한 탄핵소추안 폐기 이후에도 한국 사회는 당분간 혼란의 시간이 이어질 전망이다.
탄핵의 여파는 경제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소위 맷집이 약한 중견·중소기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더욱 심각하다.
그들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건 원·달러 환율이 급등이다. 지난 9일에는 원·달러 환율은 1437원까지 치솟으면서 최근 2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 침체로 수출만이 대안인 상황에서 환율 급등은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만난 원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의 임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가뜩이나 환율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국내 정치는 다르지 않느냐. 국민을 챙겨야 할 대통령과 국회가 오히려 국민을 내버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하는 자영업자에게는 핵폭탄급 충격이다. 소위 나라가 이 모양인데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자리를 갖는다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아서다.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를 아예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직전 탄핵사태를 고려하면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데에는 짧아도 3~4개월, 길면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무실 등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와 강남, 이태원, 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주름은 깊어지고 있다. 연말 회식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약문의조차 크게 줄었다고 한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은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이다보니 자영업자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스타트업계에도 불안감은 가득하기만 하다. 특히 위험성이 큰 초기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투자부터 회수까지 비교적 장기간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의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초기 창업기업에게는 불안정한 국내 상황 자체가 위험 요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창업 3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는 전년대비 24.8%나 줄었다.
현 정부는 줄곧 민간 중심의 경제주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을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어 가기 위한 토대는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정부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말만 앞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경영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이번 비상계엄 조치 후폭풍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모르지만 불확실성이 당분간 계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의 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보면서 군 복무 시절이 떠올랐다. 군 복무 당시 당시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능한 지휘관은 적(敵)보다 무섭다’는 말이다. 2024년 현재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혹시 무능한 지휘관은 아닌지 우려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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