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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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12·3 '계엄의 밤'의 파장이 군을 정면으로 때리고 있다. 여전히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하는데, 계엄의 지휘관들은 '제 살 깎아 먹기식'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부터 시작해 자정까지 이어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계엄 사전모의부터 12·3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계엄 당일 '핵심 병력'을 지휘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직접 군을 지휘한 정황을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4일 0시 30분쯤 자신에게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으로 직접 전화해 '의결 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고백했다. 또 계엄 관련 준비 지시가 지난 1일 하달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대우 방첩사령부 수사단장은 국회의원과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자신이 받았다고 밝혔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14명의 '체포 명단'을 하달해 자신이 '사복 체포조' 49명을 파견했다고 폭로했다.
국방위 개최 하루 전엔 '존재 자체가 기밀'인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대령) 단장의 고백이 이뤄졌다. 계엄 당일 국회 현장에 투입된 김현태 단장은 계엄 해제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국회 본청에 모인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지 않도록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실토했다.
기자는 이 모든 일들이 '선의'에 따른 것이라고 믿고 싶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음모'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결심'이 계엄 사령관들의 마음을 움직였기를 바란다.
그런데 뒷맛이 깔끔하지가 않다.
특전사령관은 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뒤 6일 김병주·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나 '양심 고백'을 한다며 긴 인터뷰를 했지만 당시는 윤 대통령의 지시나 '계엄 사전 준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707특임단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곽 사령관이 '괴로워했다'라며 그와의 긴밀한 관계를 시사했지만 그 사령관이 계엄 당일 자신에게 하달했을 명령 내용은 숨겼다.
방첩사의 고백은 곽 사령관의 폭로로 국방위원회의 분위기가 확 뒤바뀐 뒤에야 나왔다. 그마저 의원들이 '14명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네'로 답변한 것이니 '고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계엄 사태는 '내란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계엄에 연루된 모든 군 지휘관이 수사 대상이고,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상황의 변화 흐름과 지휘관들의 '증언·진술' 변화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물린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전날 국방위에서 계엄 당일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군사 기밀인 합동참모본부 내의 사무실 위치를 '상세히' 설명하다 위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여야 위원들도 과한 질의 욕심에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비밀요원의 이름을 언급하는 촌극도 있었다. '계엄의 밤' 이후 우리 군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혼돈' 그 자체다.
지휘관들의 명령을 올곧이 따라 국회로, 선관위로, 언론사로 출동했던 부대원들은 '계엄 트라우마'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군인, 그것도 '대한민국 1%' 특수부대원이 지휘관의 명령을 따라 '반란군'이 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사시 우리가 믿고 지원해야 할 일선 장병들의 불안감과 분노, 허탈감은 누가 달래야 하나. 지금 여기에 '답'을 줄 지휘관은 누구일까.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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