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활동 박유현 DQ연구소장 ?
AI 시대 디지털 안전 글로벌 표준 역할
국제기구·사우디 등과 공동개발 나서 ?
“韓, 디지털 규범·AI 윤리 국제기구 추진
AI·디지털 지속가능 국제 표준 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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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유엔(UN) 총회에서 아동·청소년의 사이버 보호에 대한 결의안이 채택되고 실행 방안이 논의됐다. 음란물 범람 등 어지러운 온라인 세상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성착취물과 마약 거래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8월 말 프랑스에서 체포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후 우리 정부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여성의 얼굴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물 제조·유통자뿐 아니라 소지자까지 처벌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 디지털 연구소인 DQ연구소의 박유현 소장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국제기구,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등과 함께 아동·청소년의 사이버 안전을 위한 CPC(Child Protection in Cyberspace)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PC 지수는 DQ연구소에서 개발한 아동 온라인 안전 지수(Child Online Safety Index)에 기반해 만들어진다. 박 소장은 2017년 디지털 역량과 사이버 윤리·안전 강화를 내세운 DQ연구소를 설립,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약 100개국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이버 안전 활동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한 표준은 2020년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표준협회 등으로부터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 분야 등에서 공인받았다.
그는 “AI의 급격한 발전 이면에는 큰 위험 요소도 내포돼 있다”며 “세계 최초로 디지털 세상의 안전을 위한 글로벌 표준 역할을 할 지수를 내놓는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이어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 193개국 대표들은 아동의 온라인 안전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관해 한목소리로 ‘행동이 필요하다’고 결의했다”며 “세계 아동·청소년의 사이버 위험 노출 상태를 점검하고 보호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CPC 지수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유엔 총회 결의 이후 10월 초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사이버안전포럼(GCF)에서 CPC 지수 개발에 대한 합의를 끌어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유엔아동기금(UNICEF) 등과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집단행동의 진전’을 주제로 ‘아동 사이버 보호 글로벌 총회’도 개최했다.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도 “사이버 공간에서 급증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고 여성의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박 소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사이버 안전 확보가 화두”라며 “자식 두 명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동·청소년의 사이버 안전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바이오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고 보스턴컨설팅에서 일한 뒤 난양공대 총장실에서 대학 혁신을 추진했다. 어느 날 온라인에 아동 성폭력 기사와 음란 광고가 나란히 실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2010년 ‘인폴루션 제로(Infollution Zero)’를 설립, 음란물과 폭력 게임, 악성 댓글로부터 아동을 지키는 데 나섰다. 그는 “아동·청소년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고 악플을 달지 않는 디지털 세계시민으로 자라도록 ‘iZ HERO’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아이들은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 체험 전시회를 통해서도 ‘디지털 영웅’이 될 수 있다”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했다. 박 소장은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15년 WEF에서 40세 이하 ‘영 글로벌 리더’로 선정됐다.
AI와 디지털은 산업 경쟁력 향상, 튼튼한 국방, 의료 혁신, 교육과 생활의 질 제고를 위한 핵심 인프라이지만 안전판 구축이 필수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박 소장은 “한국이 디지털 규범과 AI 윤리에 관해 국제기구 또는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AI·디지털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표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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