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시설 인수 과정에서 노인의 1인당 가격 책정이 이뤄지고 있다.(사진제공=업계 제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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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요양산업의 브랜드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일부 장기요양시설에서 노인 수급자를 인당 가격으로 거래하는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요양사업 본질을 훼손하고, 노인을 상품처럼 취급하는 행태로 공공 복지 시스템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요양시설에서 센터를 양도·양수하는 과정에서 노인 수급자를 1인당 가격을 책정해 거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요양 수급자는 1인당 120만원, 가족 요양은 30만원, 주간 요양은 400만원 등으로 책정하는 식이다. 가격은 센터마다 시설과 인원 등에 따라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요양시설 양도·양수시 현 시설을 우선 폐업하고 새로 설립 허가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요양시설 양도·양수는 개인의 재산권으로 거래가 가능하지만, 인원을 매매하는 개념이 아니고 시설과 토지, 건물을 매매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수급자를 가격으로 책정하고, 권리금 형태의 돈이 오갔다면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국가 보조금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요양시설은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행태의 의문이 제기된 시니어 케어 A기업은 “센터 대표자의 건강상 이유 등 개인적 사유로 센터 운영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경우, 문을 닫으면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전국적 인프라로 돌봄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양도·양수 과정에서 영업권 가치는 해당 센터 운영 기간과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며, 어르신 한 분당 금액을 책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르신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다는 발상 자체가 설립 취지나 운영 방향과는 전혀 맞지 않다”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본인 의사에 따라 어떤 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할 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A사에 시설을 합류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스톡옵션 |
업계에서는 A기업의 지속적인 시설 양수는 노인 수급자가 받는 '정부지원금 매매' 행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기업이 브랜드화를 지향하며 센터를 양도·양수하는 과정에서 자사 브랜드 합류 조건으로 센터장에게 스톡옵션을 제안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대해 A기업은 “수급자가 300명 정도 되면, 1년에 실제 영업이익이 많아도 3억원 정도인데 40억원 가량의 스톡옵션을 제안할 수 없다”면서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이 센터를 사들이며 장기요양수급자를 기반으로 급속 성장하고, 정부 지원금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고, 수급자를 사고파는 행위가 나타나고 있으며 수급자 매매 같은 불법 행위는 요양보호 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급자 거래 행위는 사실상 인신매매에 해당하며, 실제로 이런 일이 확인되면 경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도 정부에 확인을 요구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은 복지부에 해당 사안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질의서를 제출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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