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7 (금)

트럼프발 강달러에 계엄령까지…추락하는 원화값, 그래도 피난처 있다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집권 전까지는 强달러
달러 보유자는 분할 매도 추천

안전투자자라면 외화정기예금
가입자가 상품 기간 설정하면
만기까지 금리 그대로 유지돼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달러보험
미국 국채 투자도 고려해 볼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한국 정치 상황까지 가세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금융위기나 경제위기 때마다 발생했던 원화값 1400원이 이제 일상이 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전 세계에 확산한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한 한국 외환시장에 지난 3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계엄령을 둘러싼 정치 상황이 기름을 부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원화값의 수준이 1400원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변동성도 확산되고 있다. 한 예로 달러당 원화값은 정부의 게엄령 선포 후 국회의 게엄령 해제 결의안 가결전 시간인 4일 오전 0시 26분 1446.5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국회의 게염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원화값은 빠르게 상승해 새벽 2시 142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때 기록한 1446.5원의 달러당 원화값은 2009년 3월 15일(1488.0원) 이후 15년8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정부의 계엄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환율은 당분간 투자자들이 더욱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지표가 됐다. 한국의 정치 상황과 대내외 지정학적 문제로 연말 연초 외환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값 하락, 채권값 하락(금리 상승), 주가 하락의 ‘트리플 약세’를 우려하면서 외환과 관련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일수록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자 방식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저점에서 사서 정점에서 팔자’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 상황이 외환시장에 가져온 파장이 외국인 투자자 이탈, 국가신용도 저하 등으로 이어지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고유의 정치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외국인에게 더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해 해외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시장 비관론’으로의 쏠림 현상도 경계했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가격 되돌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섣부른 투자보다는 사태를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무차별적으로 달러나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달러나 미국 주식 등에 조급하게 대규모 투자를 일으켰다 손실을 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사태 앞에서 구체적인 투자 방법이나 시점을 고민하기보다는 투자에 대한 ‘신중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변동성에 투자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분석해야 한다”며 “변동성을 기대하며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보단 리스크 차원에서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불확실성 요인이 끝난 이후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방법을 선택할 것을 권유했다.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는 안전자산인 미국달러를 더 보유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도 있다. 반대로 원화값이 더 급격히 내려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달러를 매도할 수도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위원은 “당분간은 환율 변동성이 크겠지만 원화 약세가 영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정부도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놓은 상태이므로, 내부 정치 상황, 외국인 투자자 신뢰 회복 여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오는 1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고려해 소비자는 국내 정치적 불안요소뿐 아니라 미국 등 대외 리스크 요인까지 분석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

윤지욱 신한 프리미어 PWM잠실센터 팀장은 “환율 변동성이 큰 시기엔 거래비용을 감안했을 때 환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환트레이딩은 적합하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자산배분을 위해 원화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달러로 이동하거나 미국 주식, 미국 국채에 투자하기 위한 달러 매수가 더 안전하다”고 했다.

달러 매수 시점 역시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월종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부장은 “지금처럼 달러값이 최고 정점일 땐 잠시 쉬었다가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시점에 맞춰 분할 매수할 것을 권유한다”고 했다.

김희경 우리은행 TCE본점센터 PB는 “달러값이 계속 상승하더라도 한번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분할 매수·매도를 반복하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취임 후 약달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분할 매수·매도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달러값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강달러 현상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투자 성향을 고려해 자신에게 적합한 투자 상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소비자의 경우 펀드, ETF 등 외화투자 상품과 달러 ELB 상품을 추천한다. 투자 시 국가로는 미국과 일본, 투자 분야로는 빅테크, 에너지·정유, 금융주를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어 “안정추구형 투자자가 1년 이해 단기 운영을 목표로 한다면 외화정기예금을 권유한다”며 “3년 정도 운영기간을 예상한다면 미국 국채를, 5년 이상 중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달러보험을 추천한다”고 했다.

외화예금은 개월 단위로 다양하게 기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금리가 만기까지 유지된다. 다만 만기 전에 예금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금리가 고정된다는 단점이 있다.

원화로 달러선물지수에 투자하는 달러선물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됐기 때문에 별도의 계좌 개설 필요 없이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달러선물ETF의 매매차익은 15.4%의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며 종합소득에 포함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달러보험은 현재의 금리로 미래 수익을 확정한다. 앞으로 달러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보험상품과 운영방법이 유사하기 때문에 당장의 고수익을 기대하기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외화 운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